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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번트가든의 여자들』 18-19세기 영국 역사를 전문분야로 하는 역사가이자 소설가인 핼리 루벤홀드의 데뷔작이다. 이 책은 1757년 출간된 책자 《해리스 리스트》라는 성 구매자용 카탈로그(북트리거 출판사는 책 소개에 ‘매춘부 리스트’라고 소개한다)를 통해 18세기 런던의 성 풍속을 다룬다.
이 책은 《해리스 리스트》를 만드는데 관여한 세 명의 인물인 새무얼 데릭, 존 해리스(일명 잭 해리스), 샬럿 헤이즈의 삶을 추적하며 전개된다. 이들은 어떠한 경로로 매춘부 리스트를 만들게 되었을까. 무엇이 이 책자가 만들어지도록 했나. 매춘부 리스트를 누가 구매했는가. 매춘부 리스트에 들어있는 매춘부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나.
이 책은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의 햇살이 밝게 비추는 대로변 건너에 있었던 매음굴에서 살았던 약자들과 그들을 착취했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본다. 당대 런던 사회의 어떤 면들이 그러한 매춘 산업을 번성케했는지 살피는 과정 속에 계급과 지위가 낮았던 런던 사람들의 고달팠던 삶을 엿볼 수 있다.
《해리스 리스트》
이 리스트는 1757년 아일랜드 출신의 빈털터리 시인 새뮤얼 데릭, 셰익스피어즈 술집 수석 에이터 존 해리슨, 런던의 유명 매춘부 샬럿 헤이즈가 함께 만든 책자다. 이 책자는 런던 매춘부들의 프로필을 모은 것이다. 매춘부들의 이름, 외모, 출신, 매춘 행위 시 특징 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책자는 가격이 2실링 6펜스였는데 이 책값은 장인 수준의 재단사가 받던 일급보다 많았고, 가구를 갖춘 방의 일주일 치 임대료나 돼지 한 마리 값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이 책자는 어느 정도 돈도 있고 교육도 받아서 최소한의 안목이라도 갖춘 신사들을 주요 독자로 제작되었다. 책은 남자들의 조끼 주머니에 쏙 들어가도록 콤팩트한 사이즈로 제작되었다(늘 가지고 다니면서 향락과 쾌락을 즐기라는 배려인가). 또 매춘부 리스트들을 항상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갱신해서 출간했다. 종간까지 총 25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18세기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에서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
18세기 런던에서 가난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떠했을까. 18세기 영국 사회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쉽게 바뀌었다고 한다. 정부 보조금이나 근로자 연금 같은 것이 없고, 실업수당 장애수당도 없었다. 일자리를 잃으면 밥을 먹지 못했고, 먹고살기 위해 죽을 때 가지 일해야 했다. 당시 사회 개혁가들도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의료 서비스라는 개념을 떠올리지 못했다. 당시 런던 사람들은 투기꾼과 채무자가 넘쳐났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에 열성적인 사람들은 부채에 허덕였다. 위태로운 중간계급 사람들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그것이 역부족일 때 딸들을 매춘가에 돈을 받고 팔았다. 삶의 안정은 금방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고 범죄와 가난은 무척 가까운 곳에 있었다. 특히 18세기 빈민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발언권도 투표권도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경멸당했고 인간 이하의 취급이나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도 그들을 보호해 줄 사회 시스템도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사회적 공감대도 없었다. 그저 경멸과 굴욕만이 있는 삶이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보수가 대부분 낮았기에 소매치기, 강도, 빈집털이, 장물 매매, 매춘 알선, 사기도박이 오히려 나은 돈벌이 수단이었다. 일자리를 더 구하기 힘든 여성들에게 매춘은 경제적으로 궁핍을 면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극한의 궁핍과 잔학 행위, 학대와 불평등이 일상인 세계가 당시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이었다. 거기에서 여성의 육체를 상품처럼 거래되어고 강간을 유혹과 동의어로 보는 인권유린이 그들의 상식이었다. 가난한 여자아이를 매춘가에 팔아버리는 부모는 널렸고, 하녀들들 중엔 일시적 실업 상태에 빠져 있을 때는 성매매를 해서 먹고살았다. 매춘은 하고 싶으나 성병에 걸리기 싫은 귀족들은 어린 소녀들과 아이들을 원했고, 포주들은 이러한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공하기 위해 가난한 어린 소녀들을 속여서 강간을 통해 길들인 뒤 귀족들에게 바쳤다.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루에도 몇 번씩 제공해야 했던 매춘부들은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어 알코올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육체와 정신은 포주와 마담과 성구매자들 남성에 의한 각종 학대와 폭력, 성병과 거듭되는 낙태로 쉽게 망가졌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스며 살았다. 처녀성을 잃은 여자들은 창녀 취급받는 시절이었고 강간은 범죄 취급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강간 당한 여성들은 매춘 외엔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해리스 리스트>에 등장하는 절대다수의 여자들에게 매춘은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단 잔혹한 운명 같은 것이었다.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매춘부들은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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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당시 가난한 여성들의 삶을 읽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이 책 전반에서 서술되어 있는 가난한 여성들과 매춘부의 삶은 참담하다. 그들이 겪은 학대를 이 독후감엔 일일이 타이핑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 타이핑된 텍스트조차 은근한 구경거리일 테니. 당시의 삶을 현대인인 우리가 감히 재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의 고통을 쉽게 상상하기도 힘들고 대신 그들이 그러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버티고 살았다는 것이다. 18세기 당시 런던 코번트가든과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 사이의 간극을 생각해 본다. 사회 보장 체계, 사법 시스템, 아동과 여성에 대한 인권 개념, 성 풍속과 성인지 감수성 등 많은 것들이 다르다. 우리가 속한 사회의 체계와 시스템, 규범과 가치와 상식 등 모든 것은 시대의 산물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들을 감히 떠올리지 못했던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들려준다. 특권계급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의 가장 열악한 위치에서 처했던 사람들의 삶을 말이다. 저자가 말했든 우리는 시대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의 매춘 사업에 대한 글을 읽으며 우리의 삶은 얼마나 우연적인지 생각해 본다. 내 매일매일의 일상은 그 무엇 하나 당연한 것이 아니며 이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음을 떠올린다.
* 출판사 리뷰 이벤트에 응모하여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만 하는 사실은, 우리가 우리 시대의 산물이듯이 이 사람들은 자기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지닌 견해와 편견은 지금보다 훨씬 덜 관용적인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도덕주의자들은 그들이 원래 나쁜 놈이라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실수는 하지 말자. 이는 좀도둑일지라도 죄다 올가미에 매달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단순 무식한 논리다.-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