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세 유럽의 영웅, 신화와 전승, 농촌과 도시, 기독교회, 국왕과 영주, 환상 속 동물과 괴물 등 중세 유럽의 이모저모를 그림과 지도, 잘 정리된 연표를 통해 설명한 책이다.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페이지에서는 이 책을 중세 유럽에 대한 ‘비주얼 도감’이라고 소개한다. 일본의 출판사인 신성출판사 편집부가 펴낸 이 책은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편집을 칭찬하고 싶다. 이 편집 덕분에 중세 유럽 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유익한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중세’란 명칭은 르네상스 시대인 1600년대에 확립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대표되는 고전문화 시대와 이 고전문화가 부활한 르네상스 시대의 중간 시대라는 뜻으로 쓰였다. 보통 기독교의 지배를 받았던 이 시기를 ‘암흑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계몽사상에서 보았을 때 이 시기는 계몽이라는 ‘빛’을 비춰야 하는 시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시대적 범위>
서양사의 시대구분에서 중세란 고대와 근대(또는 근세) 사이에 위치하는데, 연대로 보면 4~5세기에서 15세기까지를 말한다. 1000여 년간 지속된 이 시기는 중세 초기 - 중세 중기 - 중세 후기로 크게 세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역사적 사건으로 보면
초기 : 동서로 분열된 로마제국(395년) 또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476년)
말기 : 동로마 제국의 멸망(1453년)
으로도 나눌 수 있다.
<공간적 범위>
이 책은 로마가톨릭 교회의 영향을 받은 서유럽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폴란드, 헝가리 주변부와 서쪽, 신성로마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 공간적 중심을 차지한다.
이 책의 구성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주제는 <중세 유럽을 빛낸 영웅들>이다. 그리고 다음 등장하는 주제는 <중세 유럽을 장식한 신화와 전승>이다. 중세 유럽의 국왕과 영주, 도시와 농촌, 기독교 사상들보다 먼저 배치된 이 흥미진진한 주제들은 중세 유럽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대중문화에서 익히 접했던 아서왕, 원탁의 기사, 로빈 후드 등과 같은 중세 유럽의 영웅들과 로키, 라그나로크, 발키리, 타락천사 등의 신화들을 먼저 소개한다. 각종 판타지 영화와 드라마,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영웅들과 신화 속 인물들을 멋진 그림으로 소개한다.
최근 몇 년간 읽어온 책들에 수없이 반복되던 단어는 근대성, 탈근대, 근대 후기 등 단연코 ‘근대’였다. 근대 이후 등장한 각종 사상과 아이디어, 과학적 발견은 지금도 여전히 여러 텍스트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근대’와 관련된 글들을 읽다 보니 더 중요한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중세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 『그림으로 보는 중세 유럽 역사』가 읽고 싶었다. 무엇을 익힐 때는 항상 쉬운 텍스트부터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 3장부터 6장까지 다루고 있는 중세 유럽의 농촌과 도시, 기독교, 봉건사회 성립, 왕권 신장 등은 특히 유익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알려면 근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근대를 알려면 중세도 알아야 한다. 무려 1000년 동안 지속된 이 중세 시대는 암흑시대가 아니었다는 책도 최근 출간된 것을 보았다. 다양한 난이도의 텍스트들을 겹쳐 읽는 것은 늘 도움이 되는 읽기 방식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림으로 보는 중세 유럽 역사』는 묵직한 역사서나 문학을 읽을 때 옆에 두고 함께 읽기에 손색없는 책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서구 세계가 고전 고대 이후의 문화를 접한 것은 십자군 전쟁으로 이슬람 세력이나 비잔틴 제국과 교류하기 시작한 11세기 말 이후의 일이다.
그 결과, 기독교 교리가 담긴 신학을 그리스 철학에 입각한 이성적 이론으로 체계화하려는 스콜라학이 융성하며 토마스 아퀴나스와 윌리엄 오캄 같은 신학자, 철학자를 배출했다.
(중략)
그전까지는 학문을 배울 곳이 교회에 부속된 학교밖에 없었으나 대학이 생기면서 부유해진 서민의 자제가 신학과 이슬람권에서 들어온 법학, 의학을 배우게 되었다. 그 후에 대학교육은 문법, 수사학, 변증법, 산술, 천문학, 기하학, 음악의 ‘자유칠과’를 일반 교양으로 배운 뒤에, 신학과 법학, 의학 등을 상급 학부에서 배우는 형태가 확립됐다.-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