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대중적인 한국 소설가를 꼽으라면 김영하의 이름이
가장 위에 쓰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소설가를 넘어 강연, 방송, 북인플루언서까지
끊임 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그의 매력에
나 또한 뒤늦게 반해 늦게나마 그의 예전 작품들을 찾아 보고 있다.
(참고로 나는 <오직 두사람>을 통해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도서관에 방문하기도 부담이 되고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책을 읽기는 더욱 부담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복복서가에서 때맞춰(?) 새로운 판을 내주어 너무나도 감사하다.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사실 조금은 당황했다.
<오직 두 사람>을 통해 그의 소설을 처음 접했고
그의 다른 책은 모두 에세이를 읽었기 때문에
<오직 두 사람>에 실린 작품들 중 단편 하나 정도는
이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난해한, 또다른 시각으로 보면 더없이 입체적인 느낌.
거울로 둘러 쌓인 방에 들어가있으면 수많은 거울이 끊임 없는 반사를 일으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그것과 비슷했다.
책의 형식미니 예술적 성취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도저히 언급할만한 깜냥이 못되고
재미로 따지자면 이야기의 재미를 즐길만한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장의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왜 이 문장을 여기에? 왜 이야기의 배치를 이렇게? 하며
끊임 없이 작가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과정이 팬심을 가진 나로서는
꽤나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그의 팬이 아니라면 이 책으로 팬이 되기는 힘들수도 있겠다는)
어쨌든 결론은 좋았다.
평소 내 취향대로 책을 골랐다면 혈흔이 낭자한 추리소설을 읽었을텐데
김영하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니 오히려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남은 작품들도 부족하게나마 소화를 해볼 생각이다.
소설속의 인물들은 창조된다기 보다 모방된다. 어떤 인물은 작가 자신을, 작가의 아버지를, 옆집 아저씨를, 옛날 여자친구를 닮는다. 대부분의 인물은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와 닮는다.
p.96
소식을 하다보면 양이 줄어들 듯이 인간이라는 것도 만나지 않다보면 필요량이 감소한다. 물론 자기 연민은 금물이다. 가끔이야 달콤할지 몰라도 오래 하다보면 괴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은 에일리언처럼 숙주를 완전히 먹어치운다.
p.185
우리는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른다. 사실은 현실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