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상을 산다. 일상은 여러 겹의 사랑과 이별로 가득하다. 남녀의 사랑과 이별, 가족 간의 사랑과 이별, 친구사이와 직장에서의 사랑과 이별 등. 모든 관계의 테마는 결국 사랑과 이별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일상은 늘 비껴가곤 한다. 그래서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는 이런 일상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에세이다. 이청안 작가는 따뜻하고 섬세한 관심으로 자신과 주변의 사랑과 이별의 순간들을 서랍에 채워 넣어 쌓았다. 자신에게 다가왔던 사랑에 대한 아픔과 안타까움과 후회의 선택들을 고백한다. 그리고 떠난 이의 안녕까지 챙기면서 단단해지고 당당해진다. 그녀의 시선은 더 나아가 가족과 주변을 향해 있다. ‘눈물 핑 도는 엄마’, ‘무심한 아버지’, ‘철딱서니 같은 남동생’, ‘고모의 죽음’,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삶의 할아버지’, ‘존경하는 직장 선배’, ‘사회적 약자’로 까지 이어져 있다. 또 거기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이렇게 글을 통해 마음을 열어둔다.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 직장인이 되어서도 끝까지 글쓰기를 이어온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여서일까. 그녀의 문장에는 바로 곁에서 나를 아는, 동료나 선‧후배가, 언니나 동생, 누나가 들려주는 것 같은 편안함이 배어있다. 문장도 간결해 쉽게 읽힌다. 쉬운 듯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잡아끄는 공감의 지점도 많다. 어느 장에서는 문장과 내용이 너무 간결해 조금 부연해주면 좋을 아쉬움도 있긴 하다.
모든 삶에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다. 작가는 사랑이 ‘달콤하게 지속되지 않’기에 ‘상처받고 울고, 아픈’ 이별이 와도 괜찮다고, 무너져도 조금 쉬었다 일어나면 된다고, 너무 힘들이지 말라고 한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것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한 디딤돌이기에 다시 시작하라고 속삭인다. 다시 사랑하라고 다독인다.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하여.
우리는 저마다의 사랑과 이별만으로도 벅차다. 내게만 유난히 이별이 독한 것 같고 죽을 것 같다고 여긴다. 그래서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상처나 아픔을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서 빠져나와 거리두기로 자신을 바라볼 때에라야 온전한 치유가 가능하고 다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우물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청안 작가가 내미는 손을 잡아보자. ‘시대와 사람을 어루만지는 특유의 정서’를 좋아하는 그 손을 잡고 자신의 경계 밖으로 나오자. 한 숨 쉬었다가 스스로를 위로받고 작가가 했던 것처럼 나와 가족과 주변의 사랑과 이별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작가의 글을 읽고 나니 나를 위한 ‘진통제’만 찾지 말고 나도 누군가의 진통제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정도면 작가의 처방은 꽤나 강력하다. 사랑과 이별의 진통제가 필요하신 분들은 가볍게 한번 복용해 봐도 좋겠다. 부작용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