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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콩나무
  • 요리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 루이스 이구아라스.매튜 프레더릭
  • 11,700원 (10%650)
  • 2021-10-25
  • : 29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요리장인이나 전공자나 취미가 요리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요리사를 꿈꿔온 이력이 있고, 나의 가장 오랜 커리어가 요식업계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올리브채널(당시 구 푸드채널)을 즐겨보았고 레시피를 필기해왔었고 오랫동안 나의 최애 아이돌은 영국의 한 쉐프였다.

청소년기를 지나며 여러 장래희망을 거쳤지만 마음 한 켠엔 요리하는 일을 하고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전공을 그 쪽으로 가지는 않게 되었다

더 아이러니하게는 그럼에도 자석에 철가루가 붙들려오듯 자꾸 주방쪽으로 연이 닿게 되었다

내 이야기가 조금 더 길어질 예정이라 책 내용만 궁금한 분들은 ★ 표시 이후로 읽어주시기 바란다

'요리사'는 직업이다

요리를 하는 것과 요리사는 다르다

요리사도 요리를 한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요리사는 요리를 하는 것 이상으로 필요로 하는 자격이 많다

덥고 습하고 바쁘고 긴장되는 주방의 환경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설거지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수분기를 접하게 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피부를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서 있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 상태로 계속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틈나는대로 식사를 얼른 게 눈 감추듯 먹어도 괜찮아야 한다

모든 주방이 다 이렇진 않겠지만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요리사라는 직업을 갖기엔 난 여러모로 부족했고, 특히나 내 손이 울부짖듯 심한 습진을 일으키는 바람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이것들을 견뎌가면서까지 나는 이 업을 하고싶은가. 결론은 나는 이 곳이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접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업으로서의 요리는 그만두었지만, 요리 자체는 좋아한다. 자주 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 하는 게 웃기지만, 내가 가진 로망 중 하나가, 내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직접 만든 정성스럽고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다. 실은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꿈꾸어 온 요리의 형태도 이런 모습이었다.

나름 이런저런 요리지식들이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어떤 새로운 것들을 알게될지 궁금했다. 글쓴이들의 이력이 화려한 것도 기대를 부풀렸다. 과연 요리학교에서는 어떤 것을 배울까, 그 많은 내용 중 선별된 단 101가지는 특히 어떤 내용일까?

★★★★★


평소 책을 읽을 때 저자에 크게 흥미를 갖는 편은 아니다

이 책의 지은이들과 옮긴이까지 삶의 이력들이 너무 흥미롭게 보였다

정말 다양한 루트로 멋지게 사는 분들이 많구나 느꼈다.

메인 저자분은 백악관에서도 요리를 하셨다고 한다. 그의 요리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칼의 해부학 챕터부터 새삼 자각했다

'아, 이 책의 제목은 취미요리를 위한 흥미로운 요리이야기가 아니라, '요리학교에서 배운 101가지'였지.' ㅎㅎㅎ

뭐에 그리 흥분이 되었는지, 책이 어떤 내용인지 잘 살펴보지 않고 뭔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평단을 신청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조리학과로 진학했다면 이런 것들을 배웠을까?

어떻게 이런 책을 만나게 되었지?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이 책은 십여년 전에 출간이 되었고 그 때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었다

이번에 내용을 보강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게 된 것이다

덕분에 서평단에 지원하는 기회를 얻고 나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조리학과를 나오지 않았음에도 주방의 현실을 경험할 기회들이 있었다

사실 그 시간들 덕분에, 조리학과에 대한 미련을 끊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요리사의 꿈을 꿨던 것도, 주방의 모습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혼자 스튜디오에서 요리하는 쉐프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현실주방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애청하던 프로그램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들이 느낌의 컨셉 위주였다.

내가 나중에 여유가 생겨서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하고싶은 것들도 그런 분위기이다.

어쨋든 요리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할 지식들은 필요한데, 이 책에 그 내용들이 담겨있다.

칼을 쥐는 법이랄지,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같은 재료라도 어떤 부위를 써야하는지, 어떤 재료가 더 잘 어울리는지 이런 것들.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주워듣는 이야기가 있으니 대강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있지만, 그것들이 왜 그런지 까지는 몰랐는데 이 책에서 제대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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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우유나 치즈는 같은 재료로 만들지만, 우유는 보통 소 우유를 쓰고, 치즈는 양 우유를 많이 쓴다.

생각해보면 시중에 파는 우유는 보통 소에서, 치즈는 보통 양에서 추출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살았지 뭐 대단히 왜 그런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양 우유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함량이 높아서 치즈를 만들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지식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이 책에서 쏠쏠히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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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이런 내용이 나온다

'주방에 숨는다고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다.'

ㅋㅋㅋㅋ

음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주방에 숨으려고 취직하는 사람은 없을테지만, 그만큼 주방에서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더군다가 주방은 시끄럽고 뭐가 계속 돌아가거나 작동되거나 암튼 시끄럽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사소통 해야한다.

거의 윽박지르듯이 소리를 질러가며 이야기해야하고 혼나듯이 지시를 들어야하고 그런 느낌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어진 메뉴얼대로 누가 요리했는지 알 수 없게끔 동일한 레시피로 음식을 내야 한다.

이 챕터의 제목이 뭔가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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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를 만드는 법도 나오는데, 집에서 작은 텃밭을 가꾼다던지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할 재료를 직접 키운다던지 할 때 유용할 것 같다. 육류 찌꺼기는 퇴비에 사용할 수 없고, 과일이나 채소, 커피 찌꺼기 등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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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주방을 운영하는 열 가지 방법이다

이건 정말로 주방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방법들이다.

아마도 대체로 이 중에 몇가지는 이미 하고 계실테지만, 요식업 쪽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도 알고있으면 좋을 듯 하다.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쉐프 출신 요리사분들을 많이 뵐 수 있어서 관련 지식이 궁금한 사람들이 사전에 공부할 수 있는 게 많아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환상만을 가지고 섣불리 선택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진실(?)을 깨닫게 해주니까 ㅎㅎ

​"사람들이 가치를 두는 것은 당신이 한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한 이유다." - 사이먼 시넥'왜 일하는가' 영상으로 유명한 사이먼 시넥의 이야기다.

철학을 갖고있는 브랜드에 사람들이 열광하듯이, 한 일 그 자체가 아닌 그 일을 한 이유에 사람들은 가치를 둔다.

요리 뿐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해도 왜 그것을 하고 있는지 why를 알고 있는 사람은 지속할 수 있다.

살아야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어떤 것에서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처럼.

이 페이지가 요리 공부 책에 실린 이유는, 그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요리하라는 의미인가 싶다.

물론 어떤 일이든 그리 해야겠지만.

아무래도 요리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담은 책이다보니, 좀 더 요리현장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에 그런 것 같다. 손님들을 대접하고 업으로서 일을 하는 거니까.

어찌됐든 이 책은 전공자는 아니지만 요리하는 업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평소 취미로 요리를 하면서 요리에 진심인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기 좋은 책인 것 같다. 나도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칼 쥐는 법부터 배웠고, 마스터 쉐프 코리아 같은 요리경연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을 탈락시키는 주요 요인인 기본기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요리에 진심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해줄 생각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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