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은 6.25전쟁의 69주년되는 날이었다. 내가 한참 책을 읽던 때이기도 했다. 비극적이었던 전쟁은 많은 이들을 죽이고 삶의 터전을 부수어 놓았고 일각에선 한국은 다신 일어날 수 없으리라 추측했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전쟁 이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부터 시작하여 2018년 선진국 진입 장벽이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장벽을 돌파했다. 그야말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하다못해 현대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다이어트'라는 말을 들여다 보기만 해도 고작 1세기도 안되는 시간 안에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느낄 수 있리라. 없어서 못 먹는 시대에서, 있어도 안 먹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가난한 과거를 멋지게 딛고 일어났다.
허나 시야를 조금 더 개개인의 삶 가까이로 좁혀올 수록 부유함에 대해 반문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부유해졌을까?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의 신문기사 발췌문으로 대답하려 한다. 2018년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순자산(총자산-부채)을 기준으로 상위 20%는 전체 순자산의 60%를 넘게 소유하고 있다. 반면 하위 절반이 보유한 순자산은 전체에서 10.9%에 불과하다. KB금융연구소가 작년 발표한 부자보고서를 봐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 수는 2012년 말 16만3천명에서 2016년 말 24만2천명으로 증가했다. 보유액도 같은 기간 366조원에서 552조원으로 늘었다.
세상은 진보하였는데 왜 가난한 이들은 계속 배를 곪게 되는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왜 더욱 심해지는가. 이것은 게으름(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헨리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일찌감치 이 문제들에 대해 지적하였다.
생산의 기본은 다음의 삼요소이다. 토지, 노동, 자본. 헨리 조지에 따르면 임금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고용된 사람에게 지불되는 보상이다. 노동이 언제나 임금보다 선행하기 때문에, 고용주는 노동이 창출한 자본을 먼저 받은 다음 그 자본의 일부로 임금을 지불한다. 따라서 임금은 노동의 생산물이자 노동의 대가로 임금이 자본에서 나온다며, 임금이 노동자 수와 고용에 투자된 자본 사이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주류학의 이론은 타당하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노리는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개개인이 나눠 가질 수 있는 파이가 적어져서 그런 것일까? 인간의 증가가 한정된 자원의 증가 수치보다 더욱 커서 인간이 가난해진다는 주장을 맬서스 이론이라 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노동자의 숫자가 증가해서 자본을 더욱 나눠져야 하기 때문에 임금은 계속 떨어진다. 이 이론은 진화론(적자생존의 법칙)과 맞물려 당연한 법칙과도 같이 여겨졌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인구의 증가는 생산력의 증가로 이어져 더욱 높은 가치생산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가 적어지면 사회 전체에서 생산해내는 총량이 줄어 노동자가 임금을 가지고 교환하는 데 있어 더욱 큰 어려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이는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교환하는 데 있어 인구가 많을 때 보다 더 높은 비용을 요구받게 된다.)
그렇다면 생산력은 올라가는데 왜 임금은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가? 그것은 바로 지대 때문이다. 지대는 토지를 가지는 소유주가 토지의 독점권을 행사하며 창출해내는 부를 말한다. 헨리 조지의 주장을 도식화 하자면 다음과 같이 나오는데
생산물 = 지대 + 임금 + 이자(자본)
생산물 - 지대 = 임금 + 이자(자본)
이렇게 볼 때 임금은 노동과 생산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대를 제외하고 남는 부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생산력이 아무리 올라도 지대의 상승이 비슷하게만 따라가더라도 임금이나 투자 자본의 이자는 증가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지 헨리는 토지의 사유화로 생기는 불로소득, 그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막기 위해 토지의 사유화를 반대했다. 토지의 독점이 현대판 노예제를 만들어낸 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세금으로 토지를 전부 구입한 후 토지를 공유하여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자칫 공산주의처럼 보일 수 있으나 현대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조금만 주의깊게 바라본다면 비록 방법은 격할 지라도 부의 쏠림현상을 막고자 했던 그의 냉철책 사유가 보일 것이다.
책의 양이 방대하여 정리하는 데 조금 애를 먹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되이 느껴지진 않았다. 책은 굉장히 전문적이었으나 경제학을 단 하나도 모르는 내가 읽어도 이해가 될 정도로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책장에 내려 놓고 오래오래 꺼내 볼 책으로 추천한다. 세상에 대해 더 깊은 식견을 갖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