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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프쉬케님의 서재




 역사적으로 정보는 매우 중요한 권력 도구였다. 어려운 한문을 배워야만 책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보는 항상 제한적이었고 배움 또한 한정적이었다. 그야말로 아는 것이 힘인 시대였다.

 그런 시대가 변했다. 교육을 통해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언어로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렸던 인터넷은 단순히 장소를 제공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을 잇는 초 연결시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제 단순히 알기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보의 범람을 걱정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지적 능력이란 ‘제대로’ 아는 것, 참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인간의 모든 의사소통 과정은 언어를 매개로 한다. 그러나 언어는 가장 객관적인 상황 그 자체를 포함할 수 없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가, 어떤 맥락과 어떤 구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 모든 이면에 화자의 관점과 의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언어의 형식을 빌리는 한 인간은 늘 어떠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참 지식이란 한 상황에 놓인 여러 관점을 파악하고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적정한 부분을 선별하는 능력이리라. 헥터 맥도널트의 저서 『만들어진 진실』은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의도되고 편집된 진실의 덫에 걸려 오판하는 이들에게 교과서와 같은 쉬운 어투와 풍부한 예시로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주고자 한다.

 마침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비꼬는 인터넷 밈(meme)인 ‘숲속 친구들’이다. 숲속 친구들은 동물들을 통해 진실을 알아보려는 일말의 노력 없이 사람들의 ‘카더라’만 믿고 욕하다가, 새롭게 밝혀진 진실을 듣고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진작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시치미 떼는 인간의 군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만화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가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고 말한 것과 같이 온갖 정보와 이야기들이 범람하고 부딪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왜?”라는 질문과 함께 주체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고는 소리가 크고 힘이 센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 메워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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