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빛깔의 성경 분투기
종교개혁의 중요 모토 중 하나는 성경을 신자들이 읽고 해석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성경은 특정 계층의 종교권력자들이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불가침의 영역이었지만, 종교개혁을 통하여 일반 신자들이 읽고 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언어로 번역되고 보급되었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이 시대에 그 종교개혁의 정신이 계승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성경해석을 목회자나 설교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기는 생각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대상에 경계를 정해버리면, 내가 아니라 남들이 하는 성경 해석에 갇혀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내가 만난 하나님이 아니라, 남들이 만난 하나님을 만날 뿐이다.
조금은 거창한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충실하게 이행해가는 후예자를 무려 5명이나 만났다. 그중에 한 분은 성경 모임에서 자주 만나는 분이다. 또 한 분은 매일 써 내려가는 묵상에 큰 도전을 주신 분이다. 나머지 3분도 간접적으로 책과 글을 통해 만난 분들이다. 이들 모두가 평신도 분들이다. 그들 모두가 한결같이 성경 앞에 당당하게 서 있다. 타인이 해석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성경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일상의 삶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성경을 통해 직접 캐내고 또 캐낸다. 그래서 성경 앞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의 자리를 보자면, 지금까지의 성경을 통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성공이라고 여기는 세상 속에서, 더 낮은 자리와 변두리로 가는 것이 자신의 길임을 확신하고 실제로 그 길을 가고 있는 이가 있으며, 사회적 참사를 맞은 이들을 위해서 여전히 변혁적인 삶의 자세로 투쟁하는 분도 있다. 또한 바쁜 일상 중에서도 주기적으로 해외로 나가 의료봉사를 하는 분도 있다. 이 모두가 주체적으로 성경을 오랫동안 해석하고, 성경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결과물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건 이들이 약한 자,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통받는 타인에 대해서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불쌍히 여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그들을 개입시키고 그들을 위해 실제로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탁월한 성경 해석이나 묵상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삶의 자리와 큰 괴리감이 있다면 그들의 성경연구와 묵상은 허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만큼은 그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이들의 다섯 가지 삶의 빛깔이 아름답다. 이로 보건데 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훌륭한 성경해석학자들이자 탁월한 성경 실천론자들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