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상 평전
redk 2008/02/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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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느꼈지만 결국은 책값이 아까워서(?) 끝까지 읽긴 했는데 전체3부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 중 일제기를 다룬 1부와 해방에서 여순사건까지를 다룬 2부까지의 내용은 작가의 주관이 너무도 강하게 작용하여 한 인물의 평전이라기 보다는 해방 후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다시피 하는 시각으로 풀어 나가는 내용이 마치 친북,반미를 외치는 이념서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부 "아,지리산"은 1,2부에 비해 문장의 느낌조차도 다를 정도로 비교적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고 있지만, 80년대 후반 무렵 6.25전쟁당시 지리산에서의 빨치산 경험을 기록한 수기 "남부군"을 출간하여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태(이우태)라는 작가가 쓴 "이현상"의 내용과 빨치산을 다룬 여타의 서적들에 비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물론 관점이야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이현상이라는 한 비극적인 공산주의자에 대해 너무도 결함이 없는 거의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다소 미덥잖은 느낌마저 드는 책 아닌가 싶다.
오래 전 범상치 않은 빨치산 지도자(?)였던 남도부(하준수)의 일대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역시 그 책을 쓴 저자가 남도부라는 인물에게 얼마나 경도되었던지 말끝마다 "남한유격대 총사령관"이라는 표현을 수도 없이 남발하여 귀중하고 좋은 내용의 책 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종교서적을 보는 듯 해서 읽는 내내 짜증스럽고 아쉬워 했던 생각을 떠올리며, 이 책도 그 와는 조금 다르긴 해도 30년간 진보운동을 했다는 저자 자신의 악의에 찬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는 반미, 반자본주의 등의 표현들이 눈에 거슬린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인다. 물론 일제시기, 해방공간을 지나 6.25전쟁기의 비극적인 최후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강한 신념을 온갖 역경에도 꿋꿋하게 극복하며 올곧은 삶을 살았던 한 항일투쟁가이자 공산주의자였던 이현상의 묘사를 위해 저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전체적인 형평성을 잃음으로 하여 완성도 낮은 책이 되고 말았다.
6.25전쟁을 북한의 분명한 (남침이 아닌)진격으로 서술하여 그 형평성을 의식한 듯도 하지만, 저자 스스로 절대 인정하기 싫었을 좌파의 과오들은 간단하게 기술하는데 비해(프롤로그) 우파 또는 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묘사는 책 전체를 통해 확대경을 들이대고 보는 듯한 그래서 상투적으로까지 느껴지게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안 알려진 이현상의 일제시기 행적에 대한 사실들은 개중 의미있어 보이는 부분들이긴 해도 책 전체를 통해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들로 인해 그 의미조차 반감시키고 있다. 소설"만다라"로 잘 알려진 김성동의 같잖은 발문을 덮으면서 "이게 무슨 평전이야?"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여러모로 불만인 것은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책의 판형도 기존의 단행본 크기보다 작은 그렇다고 문고판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이(이런 판형과 비싼 책값들이 요즘의 유행인지 모르겠지만 돈 값 못하는 책들 많다는 생각) 손에서 다루기가 불편스럽고, 표지도 페이퍼커버가 아닌 두꺼운 하드커버형식으로 제작되어 가격 책정에 영향을 줬을 터, 여하튼 썩 탐탁하게 보이진 않는 책이다.예전에 이 출판사의 이 시리즈 첫 출간물인 "닥터 노먼 베쑨" "케테 콜비츠" 등을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을 떠 올릴 때 "이현상 평전" 은 실망스러운 책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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