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이라는 새로운 이념이자 종교가 조선에 밀려왔다. 그리고 1791년(정조 15)에 최초의 천주교도 박해사건인 신해박해가 일어났다. 그 사건에서 윤지충, 권상연이 가톨릭 순교자가 되었다. 소설 <최후의 만찬>의 시작은 참혹한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두 선비의 죽음 이후 윤지충의 집에서 그림 한 점이 압수되었다. 열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그림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이 그림은 분명 비중이 있을 텐데 벌써 소설의 초반에 나왔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기 전날, 열두 제자와 함께 만찬을 나누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임금은 이 그림에서 조선과 연관된 비밀이 있음을 예견한다. 그러면서 도화서 별제 김홍도를 통해 그림에 대한 해석을 맡기고 이후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림에서 오른쪽 두 번째 인물이 바로 장영실이라고 말이다. 장영실은 소설의 시점보다 몇백년 전의 인물이며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인데 갑자기 등장했다. 그림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더욱 미궁 속에 빠졌다. 장영실의 등장으로 그림의 비밀을 파헤치는 시도가 이어진다. 급기야 그림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비밀리에 김홍도를 이탈리아 밀라노로 보낸다. 한편 순교자의 순교 소식을 듣고 신앙에 불안감을 드리우는 정약용의 심리와 박해로 인해 가족을 잃은 서학인들의 불우한 삶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서학인들의 복수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의 등장이 시도된다.
이 소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과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을 절묘하게 엮었다. 어떤 연관성을 두었을까 보니 기독교인들을 박해한 로마와 천주교인들을 박해한 조선시대가 교차된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 역사적 인물들인 정약용, 박지원, 김홍도, 정조와 다수의 서학인들의 심리를 잘도 표현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역사, 그리고 작가의 재구성한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니 어느 덧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되지만 신해박해, 대동 사회, 선과 악을 갖고 써 내려간 소설의 흐름에 다소 이야기의 복잡함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림 최후의 만찬의 비밀이 과연 무엇일지에는 꾸준하게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책의 끄트머리에 그 비밀이 정약용의 눈에서 발견되니 정약용이 느꼈던 감정과 같이 쿵-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다수의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실타래를 푼 것 마냥 후련해졌다. 이 소설은 시대를 초월하는 설정으로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환상적이다. 다 읽고 나서도 심장의 두근거림은 무엇일까?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멋진 소설을 읽었다.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