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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답님의 서재
  • 해녀들의 섬
  • 리사 시
  • 17,100원 (10%950)
  • 2019-08-08
  • : 739

해녀의 삶을 궁금해 한 적이 이었을까? 제주여행을 자주 다녔어도 해녀는 제주의 상징정도로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해녀의 삶을 외국인 작가의 손끝에서 낱낱이 그려진 소설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외국인 작가가 썼다고 해서 궁금증을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게 맞을 듯하다. 대체 우리나라 해녀의 무엇에 이끌려 소설로 쓸 생각을 했을까. 점점 해녀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소설의 시작은 너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제 식민지 상태에 있는 제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어린 영숙과 미자가 해녀가 되기 위한 물질을 배운다. 이 두 소녀는 자매는 아니지만 자매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며 제주 모계 사회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훌륭한 해녀가 되는 꿈을 꾼다. 그렇게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고, 해녀이자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제주에서 보통 여성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제주 4·3사건이다. 이 비극적인 역사의 회오리바람에 영숙은 남편과 시누이와 아들을 잃게 되고, 설상가상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미자와의 우정까지도 금이 가게 된다. 아들을 잃은 게 미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깨져버린 우정은 절대 회복될 수 없을 것만 같다. 피비린내 나는 역사와 함께 이야기는 긴박하게 전개되며 억압과 공포만이 두 여인의 주위를 맴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소설은 1938년~2008년까지의 근현대사와 맞물린 해녀들의 삶을 영숙과 미자라는 두 주인공을 내세워 우정과 갈등,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묘사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면서 결국엔 용서라는 키워드가 서서히 부각된다. 처음과 달리 누가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지 소설의 끝을 달리면서 모호해진다. 물론 영숙과 미자의 관계에서 용서가 필요치 않을까도 싶은데 과연 그게 끝일까. 영숙과 미자는 역사의 희생양이었고, 정치의 희생양이었다. 열강의 숨겨진 비열함도 섞여 있다. 어쩌면 두 여인은 이미 서로를 용서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시대적 상황과 전통적인 삶이 두 여인의 우정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을 뿐이다.


역사와 함께 달려온 해녀의 삶이 이토록 모질었던가. 제주의 모계 사회에서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해녀들의 고단한 삶에 마음이 아팠고, 근현대의 비극적이고 잔인한 사건들에 휘말려 생존을 향한 몸부림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 가족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강인함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간 해녀들은 거칠고 잔잔함을 반복하는 바다에서 이미 그녀들이 걸어가야 할 삶을 예상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서 먹먹한 기분이 이어진다. 두 여인의 삶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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