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라는 제목을 듣자 호기심이 생겼다. 동물들의 세계에선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들의 긴밀하고 합리적인 소통의 기술에 대한 정보들을 들은 적 있었다. 책에는 동물들의 유대관계, 먹이 네트워크, 번식 네트워크, 권력 네트워크, 안전 네트워크, 이동과 의사소통의 네트워크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전문적으로 서술돼 있었다.
이 책 저자인 생물학자 리 앨런 듀가킨은 동물들의 삶을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언어로 동물들이 맺고 있는 촘촘한 관계의 맥락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늑대 무리에는 갈등을 중재하는 개체가 있고 돌고래는 친구를 선택하며 참새는 소문을 퍼뜨린다. 까마귀는 죽은 동료를 기억하고, 하이에나는 복잡한 서열 구조 속에서 기민하게 자신을 조율하며 살아간다. 동물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자 친구, 동료이자 때때로 적이 되어 이러한 놀라운 활동들을 만들어나간다.
"이러한 탐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 초기 동물 행동학자들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1950년대 초 대부분의 동물 행동학 연구는 동물들의 사회적 조직을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선천적인 자극-반응 관계의 총합으로 보았다."(본문중) 즉 동물 사회는 여러 개의 선천적인 반응들이 모여 형성된 것일뿐이라고 치부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면서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동물 연결의 경이로움과 그 긴밀함이 밝혀지고 있다.
그 중 동물들의 번식 네트워크 중 일부가 흥미로웠다. 짝짓기를 하는 암컷들은 자신이 속한 무리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무리의 수컷들도 짝짓기 대상으로 여기며 탐색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암컷들은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을 선호하지만 화려하지 않는 수컷들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더 유연함을 보였다. 그들은 자연 선택에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사회적 유연성을 활용해 사호적 네트워크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짝짓기의 원리를 넘어서 환경을 바꾸며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고 다른 수컷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나가는 모습은 전략에 가까워보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과연 인간만이 그토록 특별한 존재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간이 SNS를 통해 연결되는 방식 만큼이나 동물들 또한 초연결의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동물들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더 조용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때로는 더 다정하게 관계를 이어 왔다. 이 책은 그 세계를 따라가며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의 의미를 되묻는다"(이정모 관장)
네트워크가 인간만의 양식이라는 오만을 내려놓고 동물, 나아가 우리가 맺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