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횡대로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찍는 단체사진.파이팅 사진이라고 합니다.언제부턴지 한국인들은 파이팅! 하고 외치면서 주먹을 불끈 쥐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힘내십시오 라는 말보다는 파이팅! 하고 말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파이팅! 하고 외치는 관행이 싫다고 합니다.그들의 말을 들어봅시다.
연기자 강석우 씨는 파이팅이 싫대요.호전적으로 보여서 그런다네요.그래서 팬들이 " 파이팅 한번 합시다" 해도 안 해준답니다.개성있는 고집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그 정도는 타협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있겠죠.그래도 강 씨는 파이팅이 싫답니다.
번역가이며 소설가인 안정효 씨 역시 파이팅을 싫어하는데 그게 일종의 콩글리시랍니다.영어에는 파이트는 있지만 힘을 내자는 뜻으로 쓰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그리고 기본적으로 파이트는 주먹과 발차기까지 동원되는 싸움을 이르는데 아무 데서나 파이팅 파이팅 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는 겁니다.특히 그가 제일 우습고도 민망하다고 여기는 것은 "우리 가족 파이팅! 엄마 아빠 파이팅!"이라는 구호입니다.가족들끼리 치고 받으며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무슨 구호가 그러냐는 겁니다.
철학과 불문학의 원로 박이문 씨 역시 파이팅이라는 구호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파이팅을 너무 자주 외친다,계속 싸우라고, 가만히 있으면 빼앗긴다고 주변에서 외쳐댄다, 삶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합니다.파이팅을 계속 외치는 그 밑바닥엔 너무 경쟁이 심한 사회에 사는 조바심이 깔려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때는 방송에서도 파이팅이라는 단어가 국적불명이라면서 "아자 아자"로 바꾸자는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젠 아예 "아자 아자 파이팅!"이란 구호가 생긴 상황입니다.결국은 아나운서들도 파이팅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주한 외국인들도 파이팅을 일종의 한국어로 받아들일 정도니 역시 언어는 몇 몇 방송 관계자들이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나는 파이팅 넘친다는 표현보다는 패기넘치다, 원기왕성하다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라면 굳이 파이팅에 대해서 딴지를 걸 생각은 없습니다.이쁜 아가씨가 조그만 주먹을 불끈 쥐면서 파이팅 하고 격려해주는 모습은 귀여워 보이기도 합니다.하지만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도 설득력은 있군요.언제부터 파이팅이란 말이 쓰였는지 그리고 왜 한국인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것을 좋아하는지 나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