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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의 서재

   "결혼해서 부모가 되어 봐야 부모 마음을 알게 된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라디오의 시창자 사연에도 결혼해서 부모가 되어 보니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알게 되었다는 절절한 내용이 종종 올라옵니다.여기서 더 나아가면 독신으로 사는 사람, 특히 독신녀는 아이가 없어서 독하고 모질다는 결론까지 나아가는 것은 쉽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 전에도 앵그리 맘이라는 꼬부랑 단어가 대중매체에 등장했습니다.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이들 중 청소년이 많았고 그래서 그들의 부모, 특히 어머니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여성들이 투표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신여성임을 들어 세월호 유가족이나 희생자 가족들과 소통이 부족한 원인이 되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아이가 없으니 아이 가진 사람들 심정을 알지 못한다는 단순명쾌한 결론이지요.

 

  그런데 이런 결론이 맞냐 틀리냐를 떠나 불편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습니다.바로 40세를 넘은 독신여성들입니다.아무래도 동일연령의 독신남성에 비해 "아이를 안 낳아봐서..."하는 식의 비난의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안 들어서서 고생하는 여인에게는 그런 비난이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독신여성에겐 그렇지 못합니다.더군다나 대통령이 독신여성이라 "아이를 안 낳아봐서..."하는 말이 더 크게 들리기도 하고요.그런데 이런 식으로 내리는 결론이 다소 잔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박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도 부당한 지적이기도 하거니와 점점 늘어나는 중년의 독신여성에게도 뜻하지 않은 날벼락이 되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중년 유뷰남과 독신남이 만나도 여러가지 화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하지만 여자들끼리는 다릅니다.지인들 중 여성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자들은 직장여성들도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남편과 아이들 이야기, 시댁 이야기 등으로 화제가 한정된다고 합니다.전업주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죠.그러니 아이가 있는 중년여성과 독신의 중년 여성이 만나면 이야기가 겉도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이제 앞으로 중년의 독신여성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그리고 이들의 상당수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그러니 "여자가 아이를 안 낳아봐서 뭘 모른다"느니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저래서  여자가 독하다"느니 하는 말에 마음 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적절히 대처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검토를 해야겠지만 "독신이라 아이를 안 낳아봐서 저렇다"는 결론은 대통령만이 아닌, 가만 있는 또하나의 집단을 조리돌림하는 것 같습니다.이제 세월이 지나 지금의 중년 독신여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나이가 되어야 이런 말이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까요?

 

  여성의 모성은 중요합니다.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을 위한 정책 수립도 중요하지요.그렇다고 고개를 돌려서 독신여성들에게 "아이를 안 낳아봤으니..."하는 화살을 쏘는 것이 정당화되어서는 곤란합니다.그건 일종의 인신공격입니다.그리고 그런 인신공격은 독신의 여성 대통령에게나 평범한 중년의 독신여성에게나 가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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