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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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니의서재
  •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 손명주
  • 11,520원 (10%640)
  • 2015-06-11
  • : 174

제주도가 궁금해 펼쳐 보았으나 그보다 더 큰 삶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한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서평이라는 것도 써보고 싶네요.


서른 중반에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결혼도 아직, 집장만도 아직인 내가 기댈 곳이 필요했는지 떠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프롤로그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고 덜컥 책을 사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제주게스트하우스 창업기도, 제주정착기도 아니며 친절한 여행안내서는 더더욱 아니다. 환상제주를 설파하느라 위선과 가식을 떨고 싶지는 않다. 자연의 품이라고 해서 안먹어도 배부를 리 없고, 못 벌어도 쪼들리지 않을리 없다. 그리고 가장의 경제적 무능력이 합리화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프롤로그 중


제주도는 딱 두 번 가봤는데, 여행이 좋은 건지 호텔이 좋은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좋았었죠. 여행 중에 보이는 별장이나 개조한집들을 보면 누가살고 있을까 궁금했고, 직업이 뭐길래 돈이 많아서 이런 곳에서 사는지 부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다 만족하고 살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좋으면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다 제주도 가서 살지 않을까요? ㅎ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고민을 안고 살았던 저자는 도시에서의 탈출구로 제주도를 생각하고 부인과 떠날 생각을 했지만 많이 다투었나 봅니다. 이혼위기가 닥친 저자는 딱 2년만 살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설득에 성공을 해요.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차렸습니다.

 그런데 첫 장 부터 그는 손님이 남기고간 많은 빨래와 제주도의 바람 때문에 수십번 넘어지는 빨래건조대 걱정을 하고 살고 있네요. 제주도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첫 장부터 식게 만들어버리는 내용 같네요.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도 사기를 여러번 당할 뻔 하고 우여곡절 끝에 집을 구하여 게스트하우스를 엽니다. 검색해보니 나름 열심히 운영을 하신듯 한데, 뭐가 힘들었을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것 같네요. 사람 상대하는게 쉬운게 아니랍니다.


 담담히 여러 에피소드와 저자의 개인적인 얘기가 펼쳐집니다.

어릴 적 꿈에 대한 이야기와 사표를 내는 모습은 나를 닮았기도 하고, 제주도 농촌사람들의 행동을 이해 못하다가 서서히 그들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은 굳이 제주도뿐만이 아니라 도시에서의 복잡한 인간관계처럼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책표지에 있는 표현처럼 까칠한 도시인이라고 지칭된 저자는 정말 까칠한 것일까요?

아니면 까칠함으로 위장된 마음이 약한 사람일까요? 라디오할머니와 유기견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까칠한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그래야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부인과 약속한 2년이 다가오고 이들의 제주도의 삶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만 이들에게는 2년이라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나 봅니다. 예상처럼 제주도는 만만치 않았고, 아니 모든게 다 만만치 않겠죠. 모든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선택한 그들이 어떻게 다시 현실로 복귀하는지는 책을 읽어보시면 아실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에 나온 부인의 이야기를 보면 남편 때문에 제주도에 왔지만, 결국 남편이 아닌 자신이 정착해야 살아야 하는 걸 깨달은 것 같고,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채 스스로의 만족을 찾은게 아닐까 예측이 되지만 내용이 짧아 알 수는 없네요. 그래도 어떤 곳이라도 고생은 할지언정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아쉬움이 남아 다시 프롤로그를 읽었는데 이 문구가 마음에 와닿아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나는 보통사람의 보통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그것은 어디에서나 삶에 대한 고민과 상처가 반복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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