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단상
그 당시에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지만
깨기 싫은 꿈같은 날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니고 그런 날들은
망각의 굴레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또다시 꾸고 싶은 꿈이길 바랐던 적도 많았습니다.
애, 정
이상하게도 우리는 익숙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
사랑이 아니라 정이라고 말한다. 꽤 오래전 기억인 것처럼 "지금은 정이지..."라며 정을 사랑 보다 낮춰 표현한다는 뜻이다. '정'이라는 단어 앞에 '애'가 빠져있는 줄도 모르고, ''정'이라는 단어 안에'애'가 사는 줄도 모르고,
겨울의 단상
사랑하는 부부가 오랜 시간같이 하다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이라는 단어 앞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함축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사랑이 없으면 정도 끊긴다. 오랜 세월에 묻어나는 정이야말로 진짜 사랑하기에 함께하는 것이다.
첫눈의 기원
겨울에 태어났고, 사계 중에서 겨울을 가장 반긴다.
눈이 내리는 날은 환장하며 밖으로 나간다.
풋눈, 가랑눈, 함박눈 등 여러 종류의 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 사람의 눈이 다른 사람의 얼굴로 내리는 순간을 편애한다.
이때 다른 의미로 첫눈이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한다.
겨울의 단상
봄의 단상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며
존재의 부정을 느끼는 날
당신의 위태로움을 나에게
편히 기댈 수 있도록
다정을 안고 살아가야지
좋은 사람이라는 증표
한 번쯤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돼보는 건 어떨까요?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속에는 뜻깊은 의미가 여럿 있거든요.
그중 한 가지만 뽑자면, 곁에 있는 사람이 당신에게 기대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이미 당신은 좋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일이 '좋은 사람'이라는 증표와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겨울의 단상
좋은 위로
좋은 위로란,
"그만 울어 괜찮아"라며 옆에 있어 주는 게 아니라
"그래, 더 울어"라며 토닥여주는 게 아니라
'네 양껏 슬퍼해'하고 한발 물러서 주는 것이다.
겨울의 단상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인가?
예전에는 힘들면 옆에서 힘내? 말로 말했었다. 그 말이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지금은 그냥 옆에 있어줄 때가 있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울게 말이다.
나도 그렇다. 힘들도 울고 싶으면 그냥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서 실컷 운다.
그리고 훌훌 털어버린다.
옆에서 그래, 힘들었지? 힘들었겠다 이런 말들에 다시 울컥하기도 한다.
그냥 혼자 슬픔을 이겨내는 훈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여름의 단상
각별할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세심해져야 한다
사소한 서운함이 쌓이지 않도록
관계의 견고함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작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랑의 단상
건네는 말이 사소하다고 치부하는 순간부터
보잘것없는 관계가 되고,
건네는 말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귀중한 관계로 자리 잡게 하는 언어 도구,
인연을 악연으로, 우연을 필연으로.
겨울의 단상
책임감의 무게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온전히 짊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의 존재하는 그 어떠한 것도 제대로 들 수 없다.
겨울의 단상
사랑이라 발음하지 않아도
비 내리는 날, 손금으로 비를 담은 여자,
마중을 기다리는 눈동자, 연신 흔들리는 우산,
배웅을 나온 남자, 달려와 안기는 사람,
머리를 쓰다듬는 손, 마주 보는 눈빛,
눈 높이를 맞추는 무릎, 기울어지는 고개,
포개지는 얼굴, 입과 입 사이, 숨과 숨을 주고받는 소리,
두 개의 그림자, 젖어가는 어깨, 가까워지는 몸과 몸,
보폭을 맞춘 걸음,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
잘 가라는 말, 돌아서는 사람, 잘 자라는 말, 다시 돌아서는 사람,
미소와 웃음.
사랑이라 발음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
겨울의 단상
굳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행동만 봐도
그 사람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 눈 빛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 얼굴
나를 위해 설레고 떨리는 표정들
그저 말없이 내 주변에 서성이며 정리해 주는 행동들이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수려한 여름꽃이 낙화한다
애석함과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단풍이 찬란하게 거리를 물들이고 있다.
단풍이 되지 못한 잎들은
고엽으로 떨어지지도 하겠지만
나라는 존재가 당신에게
찬란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어떤 진심
기다리고 기다려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있듯이,
아끼고 아껴야 전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
겨울의 단상
계절과의 동행 2
겨울을 걷자
아무도 밟지 않는 거리를 누비자
손에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로
내리는 눈을 피하지 않고 반기자
하얀 더미가 쌓여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날이면
내가 너의 머리를 털어줄게
마른 장작과 모닥불이 없더라도
서로의 안온으로 겨울을 살자
온전한 우리의 울을 마치고
네가 좋아하는 여름이 마중 나오면
모든 옷을 벗고 여름 언덕을 오르자
숲을 거닐고 녹향을 맡으며 초록을 입자
그렇게 다시 마주한 우리의 세상에서
계절과의 동행을 시작하지
겨울의 단상
가을인가 에세이가 마음에 확 와닿는다.
가슴속에 가을의 깊이만큼 크게 새겨진다.
마음이 허전할 때
마음이 헛헛할 때
꺼내서 보면 좋은 책이다.
권용휘 작가님의 계절의 단상
4번의 계절을 맞으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이라도 해도
계절마다 느끼는 감정은 제 각각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그 감정도 조금씩 녹아들어 간다.
계절만큼 사랑의 마음도 깊어간다.
이 책은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