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벌어진 공정성 시비의 절대다수는 결과가 불평등해서가 아니라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에서 비롯한다. 결과의 불평등을 이미 가정하기에 과정의 공정성에 더욱 민감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요컨대 공정성을 문제 삼는 한국인들은 불평등한 보상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 보상에 접근할 기회가 균등한지, 그 보상이 비례적으로 차등 배분됐는지에 관해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비례적 보상은 보통 평등equality이 아니라 형평equity 개념에 포함된 요소다. 평등이 ‘모두에게 같은 몫의 분배‘라면 형평은 ‘기여, 투자, 노력 등에 따른 차등 분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형평의 원리는 능력주의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