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살장 속 인간
도살장에 돼지 한 마리가 놓여있다.
홀로코스트의 현실 속에서 그 개체가 취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란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무서운 인간들을 피할까, 어떻게 하면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가장 절박한 자기보존의 본능에 따라,
오로지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대오 속에 몸을 파묻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행동이 없다.
다시, 아우슈비츠에 놓인 한 인간이 있다.
인간의 생명, 존엄성, 인격의 가치가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의지와 자유가 박탈되고,
단지 처형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세계.
그의 존재가 그저 짐승 수준으로 떨어지고
때로는 여기에 때로는 저기로 몰려다니다
결국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그 개체는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 수 있을까.
비극과 절망의 삶을 버티고 살아내어 돌아온 저자의 언어는 짧고 담담하지만
매순간 가슴을 치며 그가 보듬어왔던 삶의 무게를 가늠하게 만든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
삶을 살아갈 의미에 대해
이 책보다도 더 절실한 고백록은 아마 없을 것이다.
2. 비극 속에서도 낙관하는 인간
저자는 인간이란
삶을 제한하는 세 가지 비극적 요소,
고통-죄-죽음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은 그저 자기보존의 본능에 따라,
유전자의 복제 요구에 순응하거나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만 조응하며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다.
한 인간이 처한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조건 속에서도 인간은 그러한 조건을 극복하고 초월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낙관‘을 가진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 또한 더 좋게 변화될 수 있다.
삶의 비극을 직면했을 때,
그 고난과 시련의 속에서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실현시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
인간의 마음과 의식은 그렇게 진화해가면서,
삶이 부여하는 절망을 승리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열어간다.
3. 자기 초월 - 신을 믿는 인간
저자는 ‘세상에 개방적이지 않고, 자기 종족에게 주어진 특정한 환경에 얽매여 있는 동물들과 인간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며,
생물학적 차원을 초월한 noological 차원으로 자신을 초월시킬 수 있는 존재가 곧 인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궁극적으로는 종교적 믿음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또 다른 차원이 가능한 세상, 인간 세상을 넘어선 세상, 인간이 겪는 시련의 궁극적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상정하며,
‘자기 초월‘이라는 다른 동물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현상을 제시한다.
이러한 세상은 결국 신적인 차원이며,
인간 삶의 궁극적인 의미 또한
결국 절대적 존재인 신에 대한 신뢰를 통하여 찾을 수 있다는 개인적 신념을 고백한다.
(이상 ‘삶의 의미를 찾아서’)
저자의 삶이나 이 책의 가치, 로고테라피 이론에 대한 수긍과는 별개로,
결국 종교로 귀결되는 이러한 결론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수용소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찾은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드넓은 대지와 하늘을 바라보고
새들의 환호를 들으며 무릎을 꿇고 바친 기도는
인상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찬 이 책 속에서도
가장 큰 울림을 준다.
고통스러운 세상 속에서 그 누구보다 힘겹게 삶을 살아냈던 한 인간의 절절한 고백.
저자의 말대로, 인간은 신에 대해 말할 수는 없어도 신에게 기도할 수는 있는 것일까.
이러한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인간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는다.
“저는 제 비좁은 감방에서 주님을 불렀나이다.
그런데 주님은 이렇게 자유로운 공간에서
저에게 응답하셨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