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앞에서 종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이그날 2022/03/0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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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 바버라 J.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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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비인간 동물들도 슬퍼한다는 것을 느끼고 어떻게 슬퍼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관심에서 생겨난것 같았다. 이런 관심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인간 동물들도 슬퍼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를 한다.(혹은 애도를 하지 않기도 함) 책에는 친구,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우울해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들은 또 다른 친구를 만나 회복되기도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동의 집 지구에 나를 비롯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고 사랑을 하며 때로는 죽거나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반면에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고통받아 슬픔에 빠지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마음이 너무 아팠고 인간으로서 너무 미안했다.
'오랜 우정은 종종 남은 자의 슬픔을 대가로 요구한다. 그리고 슬픔 앞에서 종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p.221)
오래전 나에게는 길고양이 친구들이 셋 있었다.
삼색 고양이 이쁜이, 턱시도 고양이 꼬맹이, 치즈 고양이 구리.
이쁜이는 어느 날 동네에 흘러들어온 고양이였다. 대장 고양이였던 꼬맹이는 이쁜이를 내쫓지 않고 어울려 지냈다.
꼬맹이는 엄마를 잃어버린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그게 구리였다. (꼬맹이는 수컷이었다)
꼬맹이는 노쇠해져서 점점 기력을 잃더니 고양이별로 떠나버렸다. 부모와 같은 고양이가 없어지자 구리는 나만 보면 구슬프게 무어라 무어라 말을 했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구리가 슬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지켜주던 존재가 없어지자 구리는 영역싸움에서 밀려 마을을 떠나버렸다.
어느 날 이쁜이가 보이지 않자 나는 며칠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동네 구석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밑에 식빵을 굽고 있는 고등어 냥이를 만났는데(이쁜이의 친구) 이쁜이에게 내가 찾는다고 전해달라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 다음날 다시 그곳을 찾은 나는 쓰레기 더미 옆에 죽어있는 이쁜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로드킬을 당한 듯 보였고 죽은 지 며칠이 지난듯 보였다.
고등어 냥이는 이쁜이의 마지막을 지켰던 것일까?
고등어 냥이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이쁜이의 죽음을 알았던 것일까?
나는 고등어 냥이가 자신만의 애도로 이쁜이 곁을 지켰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도 그들만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비인간 동물들이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알 것이다.
그들은 물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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