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알라딘 중고매장에 이 음판을 팔았다. 언니네 이발관 1집부터 5집까지 꾸준히 사 모으고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 일기와 작업 영상을 챙겨보며 6집을 기다려온 시간 치고 먹먹했다. 막상 들으니 노래가 와닿지 않았다. 누가 이렇게 셋을 재촉했지? 아니다. 이건 이석원과 이능룡 두 사람 사이 문제가 아닐까? 아니면 모두에게 문제가 없어서 6집을 완성하고 모두 헤어지는 걸까? 이들의 마지막이 이렇게 끝나도 되는 걸까? 이 따위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음반을 들으니 모든 트랙이 슬펐다. 음악을 들으며 슬프다면 그건 곡이 아름답거나 마음을 울려서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열심히 달리는데 그 모습이 안타까워서 슬픈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이 6집을 듣고 5집이 '너무' 명반이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다 큰 어른이 자기는 아직도 20대고 세상은 내게 너무 모질고 나는 아프고 그렇지만 너를 적당히 사랑하겠다 라든지, 6집이 마지막이 아니라 그 직전에 낸 디지털 싱글이 마지막이 되었어야 했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5집은 다 듣고 머리 속에서 다시 상상하며 들을 수 있었지만, 6집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꽉 찬 기분이지만 정작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들으면 좋다. 하지만 좋다는 말로만 마지막 음반을 듣고 마무리짓기엔 허전하고 아쉽다. 더욱이 각 곡마다 이석원이 자세히 설명한 글을 읽고 있자면 그 설명을 머리로는 이해하겠지만, 결과인 음반과 맞춰보자니 어색하다.
그렇다면 나는 5집 같은 6집을 바란 걸까? 넓은데 좁고 무언가가 꽉 들어찬 듯 하지만 마른 공간 안에서 무언가에 이끌리듯 약 50분 동안 취하는 느낌을? (물론 5집 평을 조금만 찾아보면 1, 2집이 더 낫다는 의견도 많다) 2CD가 아니고, 라이브 앨범도 아니다. 겉 커버를 벗겨내면 숫자 6에 가려져 있던 이석원과 이능룡과 전대정이 나타난다. 정말 앨범 제목대로 셋 모두 홀로 있다. 마치 10년 전이라면 위험했지만, 이제는 정체를 드러내도 전혀 타격 받지 않을 존재 같다. 이들의 모습이 드러난 앨범이 있었던가? 이게 우리라고 선언하듯 큰 숫자를 박아넣고,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이라고 확정한 모습이 아직도 낯설다. 5집을 처음 들었을 때에도 분명 낯설었는데 6집은 다르게 낯설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5집은 명반이고 6집은 아쉽다. 만약 두 앨범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5집이 홀로 있는 사람들이고 6집이 가장 보통의 존재였다면? 그러면 나는 그들의 마지막을 지금과는 다르게 아주 찬양했을까? 마지막은 이래야 멋있다고, 매우 흡족한 퇴장이라고 여기저기에 말하고 다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