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말하지 않고 말하기
cj 2026/06/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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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고 말하기
- 김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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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 2026-05-11
: 63,050
...의식의 흐름은 생각과 심상의 비논리적 연쇄, 시간의 해체, 다양한 시점의 넘나듦 등 인간 의식의 특성을 창조적으로 반영하며 새로운 차원의 문학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문학의 근본 형식이었던 논리적이고 선형적인 문장적 사고의 기본 형식을 파괴한, 시각적 사고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AI 용어로 비유하자면, 인간 문명의 멀티모달리티가 인위적으로 구현되며 이제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창조적 에디톨로지가 시작된 것입니다.
...색스의 연구팀은 정반대의 방향에서 출발합니다. 그들은 언어를 ‘사회적 행위’로 보았습니다. 언어란 한 개인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행동에 반응하며 순서와 리듬을 조율해 가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즉, 언어의 본질은 ‘문장’이 아니라 ‘문장과 문장 사이의 리듬과 순서’에 있다는 통찰입니다....“대화에는 어느 지점에서도 질서가 있다.”
...민주주의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약속이라는 주장입니다. 톰슨에 따르면 시간적 대표성은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첫째, 아직 오지 않은 세대를 위해 시간을 배분해야 하는 ‘세대 간 대표성’, 둘째, 선거 이후에도 끊임없이 시민과 소통해야 하는 ‘지속적 대표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언의 순서를 서로 바꿔가며 진지하게 상대방의 발언에 귀 기울이는 ‘시간적 순서 바꾸기temporal turn-taking’가 시간적 민주주의의 세 얼굴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세상이 잘못되어서 억울하게 당한 것이다!’라고 믿어버리는 겁니다. 피해자가 되는 순간,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편안해집니다. 피해자는 약하지만, 도덕적으로는 옳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정체성’이란 ‘피해자는 언제나 옳다!’라는 서사를 동원합니다. 성취를 통해 얻지 못한 인정을, ‘억울함’을 통해 얻으려는 슬픈 보상 심리, 이것이 바로 속도전에 지친 한국인이 자신의 공허를 메우는 방식입니다. 피해자 정체성이 정치와 연결되면, 아주 쉽게 편 가르기가 가능해집니다. ‘그는 억울하게 공격받고 있다→그를 지키는 나는 정의롭다→나를 비판하는 너는 가해자다’의 논리가 성립됩니다.
...성찰을 한다면서 왜 자꾸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찰의 방향을 ‘도달하지 못한 완벽한 기준’으로만 돌려, 끊임없이 자신을 심판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아는 결함과 후회를 찾아내는 가혹한 감시의 시선에 고립됩니다. 현대인의 우울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철학적 자기반성’과 ‘심리학적 우울’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취향이 시선의 ‘방향’을 결정한다면, 그 시선을 깊고 단단하게 완성하는 것은 자기 형성의 과정인 교양의 몫입니다. 교양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타인의 관점을 익히며, 내 관점을 상대화하는 과정입니다. 주체적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원근법의 견고함’처럼 세상이 아무리 왜곡된 정보를 던지더라도 이를 스스로 보정해내는 심리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을 뜻합니다.
...플로우를 경험하는 공부가 가장 훌륭한 감탄의 경험입니다. 늙어갈수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취향의 완성을 향해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내면화된 선생님’과 함께 기뻐합니다. 혼자 하는 감탄처럼 보이지만, 엄마 품에서 경험했던 상호주관적 경험의 연장입니다. 비교할 수 없이 행복했던 그 경험이 되살아납니다.
...우리는 감탄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하며, 그럴 때마다 감탄은 더 확장됩니다. 칸트가 말하는 공통감은 바로 이 감탄의 공유 가능성을 전제하는 개념입니다. ‘공통감’은 흔히 말하는 ‘상식’이 아닙니다. ‘나의 판단이 타인과도 공유될 수 있다는 느낌’, 즉 ‘나는 혼자 느끼지만, 타인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감탄은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느낄 것을 전제로 하는 상호주관적 정서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탄은 헤겔의 인정 개념이 지향했던 ‘상호성’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실현하는 경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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