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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주님의 서재
  • 삼체 X : 관상지주
  • 바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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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24
  • : 17,510

...윈톈밍이 말했다. 그는 선창 밖에 펼쳐진 깜깜한 우주를 바라보다가 문득 암흑의 숲이 단지 우주의 어느 어두운 구석, 이 은하 또는 이 나선팔 또는 이 나선팔 끝 반경 수백 광년에만 존재하는 졸렬한 상황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 좁은 구석을 제외한 그가 볼 수 없는 위대한 세계에서는 박애의 햇빛이 숲의 모든 나뭇잎과 모든 풀포기, 모든 오솔길을 다 비추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찬란한 숲’이 정말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윈톈밍은 10차원 우주의 비밀을 알고 난 뒤 이 3차원 우주에서는 더 이상 그 어떤 일도 자신을 놀라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틀렸다. 사람의 마음에 가장 큰 전율을 일으키는 것은 우주의 불가사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진심이다.




...반복을 참을 수 없는 건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이 없다면 사실상 반복이 아니다. 박테리아, 벌레, 대부분의 하등생물은 대대손손 선조와 같은 삶을 산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게 여기지 않는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데, 만약 행복하고 충실한 삶을 살았다면 기억을 잃은 채 같은 인생을 한 번 더 반복하길 거부하리라는 법이 있을까? 첫 출생, 첫걸음마, 첫마디, 첫 입학, 첫 키스…… 이 모든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비끼는 바람과 가랑비를 맞아도 돌아갈 필요가 없다네.”
돌아갈 필요가 없다. 돌아갈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돌아가지 말고 저 미지의 세계로 가자. 지자의 말처럼 첫 번째에 의미가 있다면, 무한한 반복도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첫 번째에 의미가 있다면 영원히 반복되지 않고 모든 게 사라지더라도 그 한 번은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주와 삶의 의미는 반복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변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과거는 반복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그곳에 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잊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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