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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주님의 서재
  • 빛의 조각들
  • 연여름
  • 15,300원 (10%850)
  • 2025-11-07
  • : 1,730


“나도 내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런 이유는 아니에요.”
  소카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유일한 바깥이거든요. 꿈은.”




“고통을 지켜보려는 건 괜찮고요?”
  나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마리안 씨. 고통은…… 꺼내지 못할 곳에 박힌 파편 같은 거예요. 그것도 아주 날카로운 파편 말입니다. 관찰이라고요? 그건…… 관찰하는 게 아니에요. 이용하는 건 더더욱 아닐뿐더러.”




...소카는 내가 때때로 일렁이는 흑백의 수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나는 손바닥으로 두 귀를 덮고, 본래의 색채와 나의 시야 간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그 풍경을 꼼짝없이 오래 응시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또 나를 하필 지금 이곳에 있게 한 모든 확률을.




...여행은 그 기간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여행일 뿐, 나중을 기약하는 것은 연약한 다짐 또는 이루지 못할 사치로 남겨질 때가 많았다. 삶과 비교했을 때 여행은 어떻게 해도 찰나에 불과했다. 긴 여행 막바지에 얻은 결론 치고는 조금 슬프지만.




....문제는 작가의 말을 쓰는 시점이 바로 그때라는 거예요. 이제는 먼 과거가 되어버린 일을, 어쩌면 왜곡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때의 무의식을 쫓아서 조각조각 모아 재구성하는 일이 작가의 말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작가의 말이 소설보다 더 지어낸 이야기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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