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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주님의 서재
  • 백의 그림자
  • 황정은
  • 13,500원 (10%750)
  • 2022-02-04
  • : 5,332
마뜨료슈까는요,라고 무재씨가 강판에 무를 갈며 말했다.
  속에 본래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알맹이랄 게 없어요. 마뜨료슈까 속에 마뜨료슈까가 있고 마뜨료슈까 속에 다시 마뜨료슈까가 있잖아요. 마뜨료슈까 속엔 언제까지나 마뜨료슈까, 실로 반복되고 있을 뿐이지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있던 것이 부서져서 없어진 것이 아니고, 본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뿐이죠.
  무재씨, 그건 공허한 이야기네요.
  그처럼 공허하기 때문에 나는 저것이 사람 사는 것하고 어딘가 닮았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나는 물었다.
  이를테면 뒷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종이박스를 줍는 일로 먹고산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연스러운 일일까, 하고. 무재씨가 말했다.
  살다가 그러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사정인 걸까, 하고. 너무 숱한 것일 뿐, 그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은 일이었다고 하면, 본래 허망하다고 하는 것보다 더욱 허망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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