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사탄탱고
cj 2025/10/31 21:27
cj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사탄탱고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17,820원 (10%↓
990) - 2018-05-09
: 123,061
...이른 아침에 거지가 교회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가슴 아픈 모양으로 태양이 떠올라, 흡사 빛으로 세상에 그림자를 드리우겠다고 다짐하는 듯이, 간밤의 하나같이 차갑고 강고하던 어둠 속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속박돼 있던 나무와 땅과 하늘 그리고 짐승들과 인간들을 마침내 분리하여 풀어준다. 그러고는 패망하여 절망한 군대처럼 아직도 도주 중인 밤과 밤의 끔찍한 요소들이 하늘의 경계 너머로, 서쪽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광경을 태양은 가만히 응시한다.
...누군가에게 확신을 불어넣고 그의 덧없는 실존을 온전한 존재로 고양시키는 기억은, 어떤 사태로부터 기억 자체의 질서에 따라 실마리를 끄집어내고 기억과 인생 사이의 거리를 단지 그 기억을 지니고 있다는 경직된 만족감으로써 무마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비로소 그는 모든 것을 훨씬 놀랍게 바라보게 되었는데, 얼마 안 있어 그는 벌써 어떤 기억을 소유한 자로서 그것에 집착하게 될 것이었다.
...길지도 않은 비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벽에는 금이 가고 창문과 문은 틀에서 이탈하고 굴뚝은 기울어져 무너지고 벽에 박은 못은 빠져 걸어놓았던 거울이 깨지고 마지막에는 엉망으로 망가진 건물이 침수된 배처럼 가라앉도록. 그리하여 영락한 인간이 비와 땅을 상대로 벌이는 가련한 싸움의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려는 듯이. 지붕은 방어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는구덩이를더깊게팠지만 구덩이는자꾸만허물어졌다 파고또파도 소용 이없었다그가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기계실창가에 앉아 지금이저녁무렵인지아니면새벽인지 궁금해하고있었다희미하게밝은기운이끝도없이이어졌다 그는앉아서어리둥절해하고있었다 바깥은아무런변화가없었다 저녁이깊어가지도아침이오지도않았다 그저끝없이아침인지저녁인지어스름만이어지고있었다…
...“잘 알아둬라. 인생의 비밀은 농담에 있다는 걸.”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가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북플에서 작성한 글은 북플 및 PC서재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