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삼체 0 : 구상섬전
cj 2025/10/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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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체 0 : 구상섬전
- 류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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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5-08-28
: 30,505
...“살인이라는 가장 잔인한 일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요?”
“심오한 문제겠지만, 난 그런 쪽은 잘 몰라요.”
커브를 돌자 길이 아주 좁아졌다. 린윈이 계속 말했다. “어떤 사물의 아름다움은 그것의 실제 기능과 완전히 별개일 수도 있어요. 우표 수집가에게는 우표의 실제 기능이 전혀 중요하지 않죠.”
...생명이 미미한 존재인가요?”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이라는 물질의 운동 형태는 다른 물질의 운동과 비교해 더 우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아요. 생명에서 새로운 물리 법칙을 찾을 수 없으므로 한 사람의 죽음과 얼음 한 조각의 융해는 내 관점에서 볼 때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어요. 천 박사는 가끔 생각이 너무 많아요. 우주의 궁극적인 법칙을 기준으로 삶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세요. 그렇게 살면 훨씬 편안할 거예요.”
...특히 인간의 행동은 훨씬 복잡해요. 그들이 비양자 상태의 우리 현실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여전히 풀기 힘든 수수께끼예요. 이 과정에는 논리적, 심지어 철학적 함정이 많아요. 예를 들면 그들이 편지를 썼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편지가 비양자 상태가 되어 당신에게 발견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그들 눈에는 현실 세계도 양자 상태로 보이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들이 당신의 확률구름 속에서 현재 상태의 당신을 찾는 건 아주 힘든 일일 거예요. 그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주 멀고 아득할 거예요…….
...작별 앞에서 공허한 축복의 말은 하지 않을게. 군인에게 축복은 무의미하니까. 그 대신 경고의 말을 남길게. 그 무시무시한 것들이 언젠가 네 동포와 가족의 머리 위에 떨어질 수 있고, 네 품에 안긴 아기의 연약한 피부에 닿을 수 있어. 그런 일을 막는 최고의 방법은 적이나 잠재적인 적보다 먼저 그걸 만들어 내는 거야! 얘야, 이게 내가 네게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축복이란다.’”
...전자를 묘사하는 파동함수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매개변수 하나를 무시했어요. 바로 관측자예요.”
“관측자요? 누구요?”
“그 개체 자체요. 일반적인 양자 입자와 달리, 의식을 가진 양자 상태의 개체는 자기 관측을 할 수 있어요.”
“그렇군요. 자기 관측은 어떤 역할을 하죠?”
“당신도 보았듯이, 다른 관측자의 영향을 상쇄하고 양자 상태가 붕괴하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어요.”
...“파커 박사님, 아주 중요한 연구가 될 겁니다. 만약 정말로 우리 세계를 관측하는 초월적 관측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인류의 행동은 훨씬 더 신중해질 겁니다……. 비유하자면 인류 사회 전체도 불확정적인 양자 상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렇지만 그런 초월적 관측자가 있다면 인류 사회를 다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로 ‘붕괴’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 초월적 관측자를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지난 전쟁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딩이는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죽음은 강한 관측자에서 약한 관측자로, 그리고 마침내 비관측자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내가 약한 관측자가 되면 장미의 확률구름이 파괴 상태로 붕괴되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고, 그때 나는 그 장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끝에 다다를 때, 마지막으로 눈을 뜰 때. 모든 지성과 기억이 과거의 심연 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과 꿈속으로 돌아갈 때. 그때가 바로 양자 장미가 내게 미소 짓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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