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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주님의 서재
  • 스테이블코인 : 머니 리셋
  • 정구태 외
  • 17,100원 (10%950)
  • 2025-08-19
  • : 5,493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즉 CBDC에 깊은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통화 시스템을 완전히 통제하게 될 것을 우려하며 오히려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지지했다. 이것은 단순한 화폐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오히려 철학의 대립이다. 하나는 신뢰는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는 시장과 기술이 분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탈중앙적 철학이다.



.... 담보 없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험한 실험으로 간주되며,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검증 가능한 자산으로 완벽하게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와 자본 효율성이라는 이상을 좇았지만, 시장의 신뢰라는 사상누각 위에 세워진 허상임이 증명되었다. 테라-루나의 비극은 혁신이 견고한 리스크 관리와 투명한 신뢰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값비싼 교훈이다.




...우리가 은행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디파이에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스테이킹Staking’, 담보를 맡기고 코인을 빌리는 ‘렌딩Lending’, 내가 가진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교환하는 ‘스왑Swap’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디파이의 근간은 이 세 가지 기능에서 출발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미국의 외환시장 안정화, 국채 수요 창출, 금융 패권 유지라는 전략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 미국은 금리 인상이나 직접 개입 대신 민간이 주도하는 디지털 달러 네트워크를 확장해 글로벌 수요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시대의 ‘사설 국채 은행’ 역할을 하며 미국이 세계 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수단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 사례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지 첨단 기술이나 투자 상품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생존 수단으로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하거나 통화가치가 급변할 때 스테이블코인은 수단이 아니라 해답이 될 수 있다. 법정화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USDT는 나날이 ‘디지털 달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결국 JP모건은 폐쇄형과 퍼블릭 체인이라는 두 무대 위에서, 각각의 특성과 리스크를 고려한 이중 실험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은행이 만들면, 이 기술은 훨씬 더 넓은 곳에서, 훨씬 더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 금융 시스템의 미래를 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매우 전략적인 선언이다.




...민간 기업의 결제 서비스가 중국의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가 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 출시를 통해 이들의 영향력을 제어하고자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통해 국제 화폐 패권에 도전하기 위함이다. 현재 국경 간 금융거래는 대부분 스위프트 송금망에서 미국 달러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국제결제 체계가 다변화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안화를 달러에 대적할 만한 통화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와 송금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거시 경제 영역에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실물 자산 토큰화를 통한 투자 혁신, 국제 통화 체제의 다변화 시도, 대기업 주도의 결제망 재편 그리고 미시·거시 경제 수준의 효율성 제고 등 다층적인 변화의 중심에 스테이블코인이 자리한다. 앞으로 규제가 명확해지고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곧 금융의 민주화와 효율화 그리고 실물경제와 디지털 경제의 연결 고리 강화로 이어져, 현금 없는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 교환의 표준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만약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넘어 일상 결제와 송금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면, 이에 대응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지 못한 한국은 통화 주권과 금융 질서 면에서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통화 환경에서조차 외화 의존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간극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좁히느냐에 따라, 기술을 선도할 기회와 제도적 리스크 사이의 균형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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