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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주님의 서재
  • 필경사 바틀비·선원 빌리 버드
  • 허먼 멜빌
  • 12,600원 (10%700)
  • 2024-09-06
  • : 2,674
...차분한 사람을 자극하는 것으로 소극적인 저항 이상 가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저항을 당하는 사람이 비인간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고 저항을 하는 사람이 아무런 악의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저항을 당하는 사람은, 특별히 기분이 나쁘지 않을 때라면, 선량하게도 이미 불가능하다고 입증된 문제도 자신의 지혜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저는 같은 인간이라는 유대감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우울함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형제애의 우수였다고나 할까요. 저나 바틀비 군이나 모두 아담의 아들이었으니까요... 아, 행복은 빛을 따라다니는구나.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거야. 불행은 저 먼 곳에 숨어 있어. 그래서 불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고. 이런 슬픈 망상들, 어리석고 비정상인 저의 뇌가 만들어 낸 것이 분명한 이들 헛된 생각들은 바틀비 군의 기이한 행동들과 관련된 조금 색다른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연적인 사악함을 가진 사람은 안정된 기질과 신중한 몸가짐을 보이며, 그래서 그 사람을 이성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마음의 소유자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실제 마음속에서는 이성의 법칙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고 있으며, 이성을 사용하더라도 오직 비합리적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교묘한 수단으로서만 사용하는 선에서 그친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사람이 현명하고도 건전한 그리고 차분한 판단을 동원해서 이루려 하는 목적은 그 터무니없음의 정도에서 광기가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성격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무명 작가는 이런 구절을 남겼다. “전투가 벌어진 뒤 사십 년이 지나서 비전투원이 그 전투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했는지를 논하기는 쉽다. 자욱한 포연 속에서 쏟아지는 총탄을 무릅쓰며 그 전투를 실제로 지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현실적 측면과 도덕적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하고, ...안개가 짙을수록 쾌속 증기선은 그만큼 더 위험해지며, 그렇기에 누군가를 치어 죽일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속도를 높여야만 하는 것이다. 선실 안에서 아늑하게 앉아 카드 게임이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잠도 못 자고 함교를 지키는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법이다.”




...말하자면, 군목은 전쟁의 신 마르스를 따르는 무리를 위해 일하는 평화의 왕자 예수의 대리인인 것이다. 그렇기에 군목은 크리스마스 제단에 올려진 화승총만큼 생경한 존재이다. 왜, 그렇다면, 그는 그곳에 있는가? 바로 함포들이 증거가 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난폭한 힘 이외의 모든 것을 폐기해 버리는 전쟁에 온유한 자들의 종교라는 기독교의 재가를 내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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