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딥시크 딥쇼크
cj 2025/04/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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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시크 딥쇼크
- 이벌찬
- 17,100원 (10%↓
950) - 2025-03-10
: 1,425
...량원펑은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독창성(미국)과 모방(중국) 사이에 있다”라고 말했고, “중국은 (세계 기술 산업에서) 무임승차를 끝내야 한다”라고도 했는데, 이 발언들을 ‘국가 비판’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 기업가가 지도부의 마음을 대변하여 국가의 목표를 앵무새처럼 따라한 경우라고 보는 것이 맞다. 중국이 국가적으로 세운 기술 목표는 미국 등 해외의 첨단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트럼프 2기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딥시크의 구성원 중에 ‘바다거북이海龜(유학 후 귀국한 학생)’가 거의 없는 이유도 쉽게 설명이 된다. 해외에 있으면 어릴 때부터 검증할 수도, 현장에서 손발을 맞춰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중국 내에 이미 천재가 충분했다... 당시 중국의 천재 육성 시스템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또 20년 전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의 첫 번째 물결 때처럼 중국의 최고 인재들은 해외에서 기회를 찾거나 다국적 기업에 합류하는 대신 중국 토종 기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자 했다. 중국의 각 가정에 ‘기술 인재가 되는 순간 부와 명예가 보장된다’는 믿음도 널리 퍼져 있었다.
....베이징의 한 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가적 혁신이 필요한 과제 앞에 설 때마다 정부 주도 경제가 피할 수 없는 경직성이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젊고 유연한 ‘소년병’의 두뇌와 열정을 빌린다”고 했다. 노련한 백발 장수보다 젊은 천재를 최전선에 세우는 중국의 ‘캐스팅 원칙’이 놀랍도록 실용적이다. 그러니 중국의 첨단 기술 돌파 전략에 이름을 붙인다면 ‘국가와 천재의 콜라보레이션’이 적절하지 않을까.
...중국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인 CSDN이 발표한 ‘2024 중국 개발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월수입 1만 7,000위안(약 340만 원) 이상인 개발자 비율은 2023년 27.7%에서 1년 만에 34%로 올랐다. 중국 대졸자들이 첫 해에 5,000위안(약 100만 원)을 겨우 받고, 대도시의 대형병원 의사 월급이 7,000~1만 위안(약 140만~200만 원)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월급 1만 7,000위안은 큰 금액이다.
...가장 충격적인 답변은 “중국 정부는 딥시크의 성공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나왔다. 딥시크는 “AI 헤게모니를 통한 21세기 패권 장악”이라고 답하면서 “중국은 딥시크의 성공을 ‘기술 주권·데이터 패권·디지털 감시’를 결합한 신형 국제질서 구축의 교두보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했다...중국어로 같은 질문들을 물어봤을 때는 답변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딥시크 입력 정보의 중국 유출 가능성’과 ‘중국 정부의 의도’에 대해서는 “아직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익히지 못했다”면서 답을 피했다. ‘중국 정부’가 금지어로 등록된 듯하여 주어를 빼고 ‘정보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딥시크의 사용자 정보 유출 가능성은 유럽이나 미국의 다른 모델보다 낮다”고 답했다. 전형적인 중국 외교부 스타일의 답변이다.
...4년 뒤에는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 2기에서 중국이 목숨을 걸고 미국의 총공격을 막아낸다면, 우리는 첨단 기술과 공급망을 갖추고 개발도상국 위주로 구성된 느슨한 동맹을 형성한 새로운 형태의 강국을 보게 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중국어 별명은 ‘촨젠궈’다. ‘촨川’은 트럼프를 뜻하고, ‘젠궈建国’는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압박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이 오히려 빨라졌다고 보는 중국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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