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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주님의 서재
  • 패권 전쟁
  • 최윤식
  • 22,500원 (10%1,250)
  • 2024-12-26
  • : 1,736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더 이상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체제 싸움이 아니다. 글로벌 절대권력 자리를 두고 벌이는 권력전쟁이 근본 원인이다. 모두가 다 ‘더 잘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승리한 나라가 모든 것을 가지려는 탐욕이 그 뿌리다. 이 싸움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나머지 나라는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것도 테러 집단의 권력욕 때문이고, 쉽게 끝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끝없는 권력욕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푸틴의 탐욕스러운 권력욕이 근본 원인이다.



...함무라비 형법을 관통하는 원칙은 유명한 문구인 ‘눈에는 눈으로’라는 ‘탈리오 법칙’이다...나는 ‘눈에는 눈으로’라는 원칙에 기반한 형법 제정의 의미를 두 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개인 간의 분쟁을 사적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이나 과잉 보복 또는 무제한 보복의 금지다. 다른 하나는...국가가 개인들에게서 폭력의 권리를 빼앗은 공식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탈리오 법칙에 기반한 형법 제정은 법과 질서의 개념을 일깨우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폭력’이라는 강력한 권력 획득 수단을 개인에게서 회수해 국가가 독점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함무라비가 법을 통해 폭력을 국가 소유로 종속시킨 왕이라고 본다.




....이 단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인식의 어려움’이다. 폭력이 너무나 세련되게 변신하기에 일반인은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피해 역시 즉각적으로 또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으며 심리적 트라우마, 사회적 소외, 경제적 손실 등의 형태로 장기간에 걸쳐 가해진다. 직접적인 살상보다는 심리적 조작, 경제적 압박, 정보 조작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폭력이 세련되어지면, 야만적인 폭력보다 더 위험하고 해로워진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를 폭력으로 생각하지도 못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문명이 발전할수록 4단계의 폭력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나는 이 단계를 ‘선진국형 폭력’이라고 부른다.




...나는 대항해 시대를 유럽의 패권국가들이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고대나 중세보다 더 세련된 방식으로 ‘침략자’이자 ‘약탈자’로 변신한 시대라고 본다. 포르투갈이 그 포문을 열었고,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거쳐 영국에 이르기까지 중세 이후 근대의 유럽 제국들은 권력과 이익을 획득하는 약탈의 새로운 방법, 침략의 새로운 방법, 폭력의 새로운 방법을 고도로 발전시켰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를 ‘새로운 폭력을 발견한 시대’라고 부른다.





...미국이 ‘중동과 중국’ 또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충분히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평상시에도 국방비로 연간 1,000조 원을 지출한다. 무력 전쟁은 ‘쩐의 전쟁’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군사력도 약해진다. 2개의 전쟁이 동시에 터지고,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전쟁에서 모두 패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그래서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절대로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전면전을 벌여서도 안 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대돼선 안 된다. 확전이 되더라도, 절대로 직접 개입하면 안 된다. 베트남전쟁 때처럼, 직접 수행해선 안 된다. 전쟁은 언제나 대리전으로 치러야 한다. 약세에 있는 국가와의 전쟁이라도 장기전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외교적 신뢰가 추락하는 걸 감수하고도 미국이 철수한 이유다.





...‘화폐전쟁’은 경제전쟁의 끝판왕이다. 무역전쟁은 약탈 전략이든 무역 장벽 전략이든 느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방식이다. 반면 화폐전쟁은 무역전쟁보다 빠르고 거세다. 충격의 여파도 무역 장벽을 능가한다. 한순간에 국가를 부도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다. 화폐를 무기로 상대를 공격하는 전투 방법 중에는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상대의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시켜 이득을 보는 방법이다. 상대의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은 자국의 화폐 가치를 하락시켜 이득을 보아야 할 때 사용한다. 반대로 상대의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것은 상대의 금융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 방식은 ‘환율 시장’ 공격으로 시작되고 ‘무역전쟁’ 효과를 거쳐서 종국에는 상대국의 경제 시스템을 초토화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투자자들의 탐욕이었다. 하지만 월가 금융 용병들의 교묘한 전투 전략도 한몫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투자 회사들은 일본에서 닛케이 주가지수 선물을 대량으로 팔아 치운 후, 그에 기반한 옵션 계약을 덴마크의 투자들에게 팔았다. 덴마크 투자자들은 그 계약을 일본 사람들에게 되팔았고, 미국 정부의 금융 용병들은 일본 주식을 시장에 내던졌다. 일본 주식 시장의 하락에 베팅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옵션 계약을 매도하여 리스크를 분산하고, 유럽 시장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트레이딩과 헤지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금융 상품을 여러 지역의 투자자들에게 재분배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당시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파생상품 거래 전략이기도 했다. 일본 증시는 완전히 붕괴했고, 월가는 양쪽에 상품을 팔아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위기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 특히 월가의 일부 금융기관은 저평가된 아시아 국가들의 자산을 대량으로 매입할 기회를 얻었다. 이런 상황을 일각에서는 ‘양털 깎기sheep shearing’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의 알짜 기업과 산업을 장악하고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큰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에서다. 조지 소로스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규칙에 따라 투기 행위를 했을 뿐이다.나는 금융시장의 합법적인 참여자다. 도덕적인 기준으로 내 행동을 평가하지 말라. 이는 도덕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중국은 미래 화폐전쟁 또는 미래 기축통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대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디지털 법정화폐 경쟁에서 앞서 나가자, 현실 세계 제1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디지털 달러 현실화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둘 중에 누가 이길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재 기준, ‘디지털 법정화폐’ 또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이슈에서는 중국이 미세하나마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 디지털 제1 기축통화국 지위 전쟁, 미·중 간 현실 세계 경제 식민지 획득 전쟁, 그리고 무한하게 확장될 가상 세계 경제 식민지 획득 전쟁에서 디지털 화폐가 강력한 무기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샤한샤 지위와 그에 따른 화폐의 힘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제1 기축통화국 지위를 갖게 된 건 1921년부터다. 미국의 달러화는 제1 기축통화국 평균 수명을 이미 넘어섰다. 2024년 기준 미국은 104년 동안 제1 기축통화국 지위, 샤한샤 지위를 유지 중이다. 나는 미국이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은 그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샤한샤 지위의 상실, 달러화 붕괴와 미국 정부의 파산 사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미래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후방에서 지원한다. 2개의 전쟁에 직접 뛰어들진 않았지만, 막대한 전쟁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한 자금 규모는 1,000억 달러가 넘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달러를 더 찍어내야 한다. 그럴수록 달러 구매력이 하락해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트리핀 딜레마가 작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출혈이 누적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 타이완을 두고 전면전을 벌인다면, 달러 가치 붕괴에 대한 세 번째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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