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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주님의 서재
  • 예술 도둑
  • 마이클 핀클
  • 16,020원 (10%890)
  • 2024-09-20
  • : 27,135
..사실 박물관 보안에는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박물관은 작품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유하기 위해 존재하며 관람객은 거창한 보안 장치의 방해 없이 가능한 한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물관 절도 사건을 거의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작품을 저장고에 넣고 문을 잠근 뒤 무장 경비를 세우면 된다. 하지만 이러면 당연히 박물관도 사라진다. 박물관이 아니라 은행이 된다. 




...예술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연계의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효율성과 낭비를 없애야 한다. 그런데 예술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 없는 부분에 시간과 노력, 자원을 소비한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어느 문화에나 예술이 존재하며, 그 형태는 실로 다양하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 이론가들은 예술이 이토록 널리 퍼진 것이 인류가 자연선택을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믿지만, 사실 예술은 짝을 유혹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다윈주의에 부합한다.




...그러나 색이란 어떤 물체에 흡수되지 못하고 반사된 빛의 파장이 눈에 비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노란색은 바나나와 가장 어울릴 수 없는 색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우리 눈은 세상 모든 것을 거꾸로 보기 때문에 뇌는 망막에 거꾸로 맺힌 세상을 똑바로 돌리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결국 어떤 예술 작품에 마음이 끌리는지는 그 사람 자체의 본질과 연결된다.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




...연구자들은 쾌락을 유발하는 뇌 화학 물질이 쏟아져 나와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은 수집 대상을 포획했을 때가 아니라, 추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물 자체보다 찾아가는 여정이 더 좋으면 보물 찾기를 멈출 수 없다. 이는 끝나지 않는 수집 중독을 설명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구리 화판 그림 세 점은 융단을 버린 곳에서 멀지 않은 숲에 붉은색 에어 프랑스 담요로 싸서 버렸다. 숲에서 벌목하던 인부가 발견했는데 새것과 다름없는 담요를 얻어 좋았다고 한다. 구리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마침 닭장에 비가 새고 있던 터라 작품을 망치로 두들겨 닭장 지붕을 때우는 데 썼다. 그중에는 브뤼헐의 작품으로 알려진 <가을의 우화>도 있다. 그림 뒤에는 메모가 붙어 있다. “평생 예술을 사랑하겠습니다.” 옆에는 “스테판과 앤 캐서린”이라는 서명도 있다.




...브라이트비저 역시 증인석에 오른다. 언제나 수집을 그만두는 날을 상상했다면서 눈물로 호소한다. 오래된 예술 작품은 시간 여행자 같은 존재라서 다락은 그저 정류장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훔친 작품들은 브라이트비저보다 세상에 더 오래 머물 것이다. “저는 잠시 맡아두었을 뿐입니다.” 브라이트비저는 훔친 물건을 모두 돌려줄 계획이었다고 덧붙인다. “10년이나 15년, 20년쯤 지나서요.” 그렇게 작품들은 여행을 계속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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