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cj 2025/02/0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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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 개브리얼 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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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 - 2023-08-24
: 3,816
...대체로, 강박적으로 상처를 핥고 보듬기. 이 표현의 역설적 쓰임이 참 이상하다고 세이디는 생각했다. 상처를 핥으면 덧나기만 할 뿐이다, 안 그런가? 입은 박테리아의 온상지다. 하지만 인간은 제 참상과 주검의 맛에 쉽게 중독되기 마련이다.
...“그럼 난 어느 세월에 너에 대해 알 수 있어?”
기억은, 네가 오래전에 깨달았다시피, 건강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 기억 게임은 단 하나의 기준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 기억의 구성을 우연에 맡기느냐 아니면 기억해내기로 결심하느냐.
자, 이 일이 시작됐을 때 넌 어디에 있었지?
...NPC는 게이머가 플레이할 수 없는 캐릭터다. 프로그램된 세계가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돕는 인공지능 엑스트라다. NPC는 절친한 친구, 말하는 컴퓨터, 아이, 부모, 연인, 로봇, 무뚝뚝한 소대장, 악당, 뭐든 될 수 있다. 그러나 샘은 그 단어를 욕으로 썼다—네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 데 더하여, 샘은 네가 따분하고 예측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나 사실 NPC들이 없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NPC 없는 게임은 없어.” 네가 말한다. “그랬다간 얘기할 상대도 없고 할일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허풍쟁이 영웅만 남겠지.”
... 네 인생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우연에 좌우됐을까? 네 인생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하늘 위 커다란 다면체 주사위의 굴림에 맡겨졌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삶은 원래 다 그렇지 않나? 결국 자신이 뭔가를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네가 꼭 비디오게임 프로듀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는 그 일에 유능했다.
...세이디는 인간의 의식과 자각에 대한 책에서 인간의 두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 쌓이면 그들의 AI 버전을 생성한다는 얘기를 읽었다. 뇌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뇌 내에서 그 사람의 버추얼 버전을 관리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닥치면 우리의 뇌는 여전히 그 버추얼 버전이 존재한다고 믿는데, 어떤 의미에선 그 사람이 실제로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일이 흐르면서 기억은 희미해지고,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만들어둔 우리의 AI 버전은 매년 서서히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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