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점프, 모터사이클 경주,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운전하기 같은 극도로 위험한 행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네 기사Four Horsemen 질병’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사망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바로 심장병, 암, 신경퇴행성 질환(치매, 알츠하이머병), 2형 당뇨병(그리고 관련 대사 기능 이상)이다. 장수를 달성하려면, 다시 말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려면 우리는 이 느린 죽음의 원인들을 이해하고 직시해야 한다.(‘네 기사’는 〈요한 계시록〉에서 세상의 종말이 찾아올 때 흰 말, 검은 말, 붉은 말, 창백한 말을 타고 등장한다는 기사들이다. 각자 세상의 4분의 1씩 다스릴 권한과 기근, 칼, 역병, 지상의 짐승으로 사람들을 죽일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한다-옮긴이)
...의학 2.0이 암 같은 장기 질환을 치료하는 쪽에서 이룬 성과는 그보다 한참 못 미친다. 장수 관련 책들은 1800년 말 이래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거의 2배 증가했다는 사실을 늘 의기양양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스티븐 존슨이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증가는 오로지 항생제와 위생 개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자 로버트 J. 고든은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망률 자료를 분석했다. 그런데 1930년대에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대체로 억제된 상위 8가지 감염병 사망자를 제외하자 전체 사망률이 20세기 내내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의학 2.0이 ‘네 기사 질병’에 맞서는 쪽으로는 거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장수 자체, 그리고 특히 건강수명이 오늘날 의료계의 비즈니스 모델에 사실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수명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꼭 필요하다고 믿는 광범위한 예방적인 개입들 대부분은 의료 보험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 보험사는 환자에게 2형 당뇨병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막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식습관을 바꾸라거나 혈당을 계속 측정하라고 권하는 의사에게 딱히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험사는 같은 환자가 당뇨병이란 진단을 받으면 (아주 비싼) 인슐린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환자에게 근육량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부상을 덜 당하게 고안된 포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했을 때 보험사는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환자가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지면 수술과 물리요법은 보험 대상이 될 것이다. 거의 모든 돈은 예방이 아니라 치료 쪽으로 흐른다.
...80대나 90대에 사망하는 모든 이들이 인지, 신체, 정서 면에서 파괴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파괴는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쇠의 중력에 점점 더 강하게 끌리지만 그래도 이것이 대체로 우리 선택에 좌우된다고 나는 믿는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인지, 신체, 심지어 정서 악화까지 적절한 전술을 쓰면 늦출 수 있고, 더 나아가 때로는 되돌릴 수 있다.
또 다른 요점은 수명과 건강수명이 독립 변수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은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근육 힘을 늘리고 심폐 체력을 키우면 온갖 약을 투여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인지 건강과 정서 건강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건강수명을 개선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행동은 거의 언제나 수명 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전술이 대체로 건강수명 개선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명 연장 혜택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LDL은 지질을 더 많이 운반하는 반면, HDL은 지질에 대한 단백질의 비율이 더 높아서 더 치밀하다. 또 이 두 지질단백질(그리고 다른 지질단백질들)은 서로 종종 화물을 교환하곤 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좋은’과 ‘나쁜’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HDL이 갖고 있던 ‘좋은 콜레스테롤’을 LDL에 전달하면 이 콜레스테롤은 갑자기 ‘나쁜’ 것이 될까? 답은 “아니요”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운반하는 입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각 지질단백질 입자는 아포지질단백질이라는 하나 이상의 커다란 분자에 감싸여 있다. 아포지질단백질은 입자에 구조, 안정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용해성을 제공한다. HDL 입자는 apoA라는 분자로 감싸여 있고, LDL은 apoB라는 분자로 감싸여 있다. 이 구분은 사소한 것 같지만 사실은 죽상경화 질환의 근본 원인이다. 죽상경화증에 기여하는 모든 지질단백질―LDL뿐 아니라 다른 몇몇 종류의 지질단백질―은 이 apoB 단백질 표지를 지닌다.
...그가 인식한 문제점은 콜레스테롤과 죽상경화증의 기초 연구 중 상당수가 토끼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토끼는 먹이에 든 콜레스테롤을 혈액으로 흡수하고 이 콜레스테롤이 죽상경화판을 형성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는 점이었다. 사람도 음식의 콜레스테롤을 그렇게 쉽게 흡수한다고 가정한 것이 바로 오류였다. 키스는 1997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식의 콜레스테롤과 혈액의 콜레스테롤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전혀요. 그리고 우리는 그렇다는 사실을 줄곧 알고 있었죠. 우리가 닭이나 토끼가 아니라면 음식의 콜레스테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또는 외국어를 말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복잡한 기술을 계발해 평생에 걸쳐 쌓은 이런 망과 하위 망이 더 많을수록 인지력 감퇴에 더 잘 저항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망 중 일부가 망가지기 시작할 때도 뇌는 다소 정상적으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인지 예비 용량cognitive reserve’이라고 하며, 일부 환자가 알츠하이머병 증상들에 저항하도록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알츠하이머병이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더 늘리는 듯하다....파킨슨병에는 ‘운동 예비 용량movement reserve’이라는 비슷한 개념이 쓰인다. 운동선수나 운동을 많이 하는 이들처럼 몸 움직임이 더 낫고 더 오래 몸을 써온 사람들은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보다 파킨슨병에 더 잘 저항하거나 병의 진행이 더 느린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운동과 훈련, 단지 유산소 운동만이 아니라 권투 같은 더 복잡한 운동이 파킨슨병의 주된 치료/예방 전략인 이유다. 운동은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춘다고 밝혀진 유일한 개입이다.
1. 심장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혈관 건강(낮은 apoB 수치, 낮은 염증, 낮은 산화 스트레스)은 뇌 건강에 대단히 중요하다.
2. 간(그리고 췌장)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대사 건강은 뇌 건강에 대단히 중요하다.
3. 시간이 핵심이다. 우리는 더 일찍부터 예방을 생각해야 하며, 유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사람일수록 더 일찍부터 예방에 힘써야 한다. 심혈관 질환은 아주 기나긴 싸움을 벌여야 한다.
4. 인지력 감퇴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운동이다. 우리는 식사요법과 대사를 많이 다루어왔지만 운동은 다방면으로(혈관, 대사) 뇌 건강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2구간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달리거나 헤엄치거나 자전거를 탈 때마다 미토콘드리아가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미토콘드리아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이는 2구간 운동이 대사 건강과 포도당 항상성의 참으로 강력한 매개자인 또 한 가지 이유다. 근육은 몸에서 가장 큰 글리코겐 저장소다. 미토콘드리아를 더 많이 생성할수록 글리코겐을 지방으로 저장하거나 혈장에 남겨두는 대신 저장 연료로 쓰는 능력이 대폭 증가한다. 혈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심장에서부터 뇌와 콩팥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거의 모든 기관이 손상되며...
1. 쥘힘. 손으로 얼마나 세게 쥘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이 힘을 낼 때 손에서부터 넓은등근(광배근, 등에 있는 넓은 근육)에까지 이르는 모든 것이 관여한다. 거의 모든 행동은 쥘힘으로 시작한다.
2. 모든 움직임에서 동심성concentric과 편심성eccentric 부하 양쪽에 주의를 기울인다. 근육이 수축될 때(동심성)와 길어질 때(편심성)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천천히 제어하면서 하중을 들어 올리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러킹으로 언덕을 내려가는 것은 편심성 근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제동 장치’를 밟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3. 머리 위쪽에서 몸 앞쪽으로 모든 각도로 잡아당기는 당기기 운동(턱걸이와 당기기 등). 여기에도 쥘힘이 필요하다.
4. 엉덩이 접기hip-hinging 운동.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뿐 아니라 계단 오르기, 힙 스러스트, 또 다리를 한쪽씩 번갈아 쓰면서 다리, 볼기근, 허리 아래쪽을 강화하는 무수한 변형 운동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연구 결과와 나 자신의 경험은 내가 주창하는 운동의 첫 번째 계명을 뒷받침한다. “첫째, 절대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이 계명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안정성’이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마인드셋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는 매번 헬스장에 갈 때마다 몸을 불살라야 한다는 마인드셋을 물리쳐야 한다. 즉 매일 가장 무거운 하중을 가장 많은 횟수로 들면서 모든 운동을 돌아가며 다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깨달았듯이 안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줄곧 그렇게 자신을 밀어붙이다가는 거의 필연적으로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계속 몸을 불사르려고 애쓰면 몸 자체의 ‘속임수’에, 몸에 깊이 배어 있지만 위험할 수 있는 움직임 패턴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열량 제한은 대사 건강이 안 좋거나 영양 과잉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장기간에 걸친 심한 열량 제한이 제공할 수도 있을 수명 연장 혜택이 무엇이든 간에 과연 수반되는 트레이드오프를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계속 허기가 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면역력 약화와 더욱 안 좋게는 악액질과 근감소증에 취약해지는 것 등이 그렇다. 이런 원치 않는 부작용은 이미 노화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부정적인 과정들 중 일부를 가속시킬 것이며, 이는 특히 노년층에서 열량 제한이 이롭기보다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시사한다.
...영양생화학은 우리 전술의 중요한 요소지만 이것이 장수로 나아가는 유일한 경로도, 가장 강력한 경로도 아니다. 나는 이것을 구조 전술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본다. 특히 에두아르도와 톰처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과 2형 당뇨병 같은 정말로 심각한 대사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다. 근육량을 늘리거나 유지할 필요가 있는 노년층에게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명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수단으로서의 능력은 더 제한적이다. 좋은 영양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힘보다 안 좋은 영양이 우리를 해칠 수 있는 힘이 더 강하다. 이미 대사가 건강하다면 영양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쉽게 살해당하거나 먹힐 수 있는 데도, 많으면 생애의 3분의 1까지나 되는 시간을 그렇게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보내도록 진화가 허용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는 더욱 압박했다. “자연선택이 수억 년 전에 잠잘 필요성을 제거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렘수면의 또 다른 아주 중요한 기능은 정서 기억 처리를 돕는 것이다. 어떤 감정을 촉발한 부정적인(또는 긍정적인) 경험의 기억과 그 감정 자체를 분리하는 일을 돕는다. 심란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을 때, 거의 언제나 아침에 깨어나면 기분이 더 나아진 듯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건을 기억하지만 거기에 수반되었던 고통은 (이윽고) 잊는다. 이렇게 경험과 감정을 끊어서 정서적 치유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사건에 수반된 감정에 다시금 새롭게 휩싸임으로써 끊임없이 불안한 상태로 살아갈 것이다. 이 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가리키는 양 들린다면 그 생각이 맞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퇴역한 전투병들을 조사했더니 바로 렘수면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억과 감정을 분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선언들이 그냥 내 안에서 쏟아져나왔다. 위대한 덴마크계 미국인 언론인이자 사회 개혁가인 제이컵 리스가 간파한 점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될 듯할 때 나는 돌아가서 바위에 망치질을 하는 석공을 바라본다. 아마 망치로 100번을 쳐도 바위에는 실금 하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01번째 내려칠 때 바위는 둘로 쪼개질 것이고, 나는 바위를 쪼갠 것이 마지막 타격이 아니라 그전까지 죽 이어진 타격임을 안다.”
...나는 회복의 다리를 떠난 이래로 죽 마음챙김 명상을 했는데, 결과는 분명 엇갈렸지만 가끔씩 번쩍이는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순간들이 때때로 찾아왔다. 체크아웃하고 떠난다는 의미의 완전한 초연함은 아니지만 화가 나 있거나 심란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 때처럼 일어나는 어떤 일에 단순히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자극과 반응 사이에 충분한 틈새를 마련하고 싶다. 이 틈새는 더 차분하고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