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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님의 서재
  • 비혼수업
  • 강한별 외
  • 14,310원 (10%790)
  • 2020-10-10
  • : 37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비혼인들의 공동체 생활

우리 집에는 기혼인이 1명, 비혼주의자 2명, 비출산주의자가 1명 있다. 첫 번째는 나리언니 어머니 김명선씨고 두 번째는 나리언니, 보현언니이고, 마지막은 나다. 나리언니, 보현언니, 나는 피가 다른 친구사이다. 우리집은 여자 4명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보통 비혼주의자는 1인 가구일 확률이 높지만 이렇게 '법적인 가족'으로 엮이지 않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럿이 살아가는 비혼주의자들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혼인들이 늘어나면서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아이 둘의 원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점점 다양화될 것이다.


"서로의 패턴을 공유하고 각자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 … 서로의 영역을 위해 함께 살면서 꼭 지켜야 할 이야기도 나눴다. 차례로 돌아가며 자신에 관한 이야기와 서로에게 바라는 점들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았다. 그 모든 것을 수렴하여 우리 집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구성원들은 빠르게 평온을 되찾고 독립된 공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p.66


"결혼생활을 하며 개인적인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은 곧 이기심으로 비친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이 결합해 살아가는 형태에서는 서로가 언제든지 개인 행동을 할 수 있고 또 얼마든지 협업할 수 있다. 집합과 해제가 용이한 관계다" -p.67


책에 잠시 언급된 우리 집의 이야기다. 위에 말마따나 우리는 이렇게 때로는 개인의 자유 때로는 단체의 결속을 느끼며 각자의 생활을 해나간다. 비혼주의자 언니들은 나에게 비혼을 강요하지 않는다. 기혼자 명선씨는 언니들의 비혼을 이해한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사람과의 사랑(=연애)을 하고자 하고 마음이 맞으면 결혼을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는 No. 나와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이후에 다뤄보겠다.


이렇듯 『비혼수업』에는 비혼인들의 공동체 생활을 위한 코하우징, 쉐어하우스를 면밀히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1인 가구로 살아가려는 비혼인들을 위해 집구하는 방법과 양질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더 나아가 홀로 집을 관리하는 능력 예컨대, 집 수리 보수 및 셀프 리모델링의 방법을 알려주고 실제 비혼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알려주는 실질적인 팁을 전수하여 비혼인들의 용기 내어 '자기만의 방'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2. 연애=결혼?

나는 사랑을 사랑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한다. 그리고 연애가 영원히 지속됐으면 해서 결혼을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은 하지 않으려 한다. 경력 단절을 겪고 싶지 않고, 경력 단절이 되지 않다고 해도 발생하는 내 일의 가로막힘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결정적인 건 새 생명을 잉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건 내 가치관이기 때문에 아무도 비난할 수 없다. 난 『비혼수업』을 읽고 내 생에 이례적으로 '왜 사랑은 연애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 연애가 왜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찰을 하게 됐다. 지금부터 고찰하는 내 의식을 함께 따라가보자.


내가 연애를 바라는 건 누군가로부터 맹목적인 지지와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고 싶고 관계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전자는 나의 친구들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농도가 더 진하거나 깊지 않다. 오히려 친구들의 지지와 사랑이 더 도움이 되는 때가 많다. 자, 그럼 이제 후자. 그래, 키스와 관계를 위해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 된다.(물론, 연애하지 않고도 종종 하는 사람들이 있다만) 영원히 한 사람과 그러고 싶다고 해서 결혼을 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 키스는 커녕 섹스리스(Sexless)가 되는 부부가 허다하다. 사랑이 아닌 의리(혹은 전우애)로 살아간다는 말이 왜 생겨났겠는가. 게다가 난 성적인 욕구보다 지지와 사랑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나에겐 그렇게 해줄 친구가 있고, 키스와 섹스를 위해선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연애에서 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자위 기구가 있다. 자위 기구로는 영혼의 교감을 할 수 없다고? 영혼의 교감이 꼭 성관계로만 이루어진다는 그 생각이 편협한 거 아닐까? 영혼의 교감은 소울메이트 친구와도 반려동식물과도 너무너무 사랑하는 책과도 이루어진다.(아 섹스 말고오-!) 그렇다면, 사랑과 지지는 꼭 연애가 아니어도 되는 거네? 연애의 해피엔딩은 꼭 결혼이 아닌 거고? 결혼해도 외로울 수 있고, 고독사를 할 수 있으며,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결혼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고, 외롭지 않으며,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마음속에 비출산주의 너머 저어기 멀리 있는 비혼주의가 빼꼼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한다.


책에는 결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비혼인의 입장에서 답정너처럼 다루는 게 아니라 기혼, 미혼, 비혼 모든 사람이 아, 정말 그렇네? 하고 생각할 수 있게끔 넓은 시야에서 다룬다. 사랑→연애→결혼을 절대적인 순서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몰랐던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내 삶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3. 우리는 단절되지 않는다.

『비혼수업』은 기혼을 비난하지 않는다. 미혼을 안타까이 여기지도 않는다. 오직 비혼이라는 또 다른 삶의 형태를 소개하고 비혼인으로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친밀한 혹은 든든한 친구처럼 소개한다. 글에는 다 넣지 못한 재정적인 홀로서기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재무상태파악과 세금의 중요성, 금리, 보험, 재태크에 대해 알려준다. 비혼인들의 육아가 아닌 다른 것의 '키움'. 배움의 즐거움. 우울과 외로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리고 그것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 다른 나라의 1인 가구 정책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현재 정책에 대한 소개 및 비평도 있다.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만큼 첫 챕터로 나온다. 그야말로 행복한 정보의 홍수다. 놀라운 건 300여 페이지에 알알이 꽉꽉 차 있다는 거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홍상지 중앙일보 기자의 추천사에서 찾았다.


'비혼은 관계의 축소가 아니라 확장이다"


미혼인, 기혼인, 비혼인, 아무 생각 없는 당신. 나의 가치관을 유쾌하게 흔든 이 책을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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