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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솟님의 서재
  • 사람이 사는 미술관
  • 박민경
  • 12,600원 (10%700)
  • 2025-01-10
  • : 544

신학기가 시작된 후로 정신없이 굴러간 3월이 마무리될 쯤, 잊고 있던 서평 이벤트를 급하게 떠올리게 되었다.

부랴부랴 읽고자 꺼내든 책의 제목은 바로 [ 사람이 사는 미술관 ]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이 직접 시대, 또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주제 등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 있는 유물이나 작품을 찾아서 전시를 해보는 활동을 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으므로, 그런 ‘전시’의 의미에서는 제법 관심이 가는 책이기도 하는 한편으로, ‘미술’관이라고 한다면 다소 생소한 감도 있었다.

미술 작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을뿐더러 먼저 흥미가 생기는 분야도 아니었으며,

역으로 흥미를 갖고자 해도 흥미가 느껴지기 위해 알아야 할 배경지식이나 사전 정보의 양에 압도당해 결국은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므로 결론적으로 같은 전시 공간이라도 ‘미술관’은 ‘박물관’보다는 어색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술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역사를 가르치다 보면 결국 그 시대의 문화를 다루게 되며, 문화에서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바로 그림 아니던가.

교과서에 실려있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미술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이들은 이런 위대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지. 사실 나조차도 작품에 대한 접근 방향을 아직 알지 못하는데, 아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래서 항상 문화사 수업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간단한 그림 감상 후 학습지 빈칸 채우기 시간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암기할 역사가 추가된 것은 말할 나위 없고.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와중에 결국 천천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 그런지, 표현이나 문장의 호흡이 길지 않고 간단했다. 내용 구성은 우선 유명 화가의 작품을 안내하며 이 작품이 그려진 당시 시대의 상황이나 이 그림에 담긴 의도 등을 소개한다. 그 후 이와 관련하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거나 최근 사회에서 큰 논쟁거리가 된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방식으로 매 장을 마무리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림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다소 어렵거나 추상적으로만 느껴지기 쉬운 ‘인권’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닿아있으며, 주변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친숙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실린 그림 작품으로는 김홍도, 모네, 고흐, 반 에이크와 같은 유명 작가의 그림도 있지만, 한편으로 교과서에서도 잘 언급이 되지 않거나 들어본 적 없는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라는 것은 (내가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명함이 덜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그런 부족한(?) 유명세와 무관하게 모든 그림이 다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좋다고 느낀 점은 바로, 예술과 삶이 괴리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의 삶이 예술이라는 방식으로 재창조되기도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것이다. 예술은 결국 표현 행위다. 그리고 그 예술이 표현하고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한다면,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할 수 있는 말이 훨씬 많아질 것 같았다.

특히 인권이 지켜지기는커녕, 무시되기 일쑤인 여러 사건을 접하는 아이들은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한편으로 일상에서는 인권과 거리가 먼 언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마치 기계처럼 ‘인권을 지켜야한다’라고 외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닌, 진심으로 느끼고 실천하게 만드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자들의 수준에 맞으면서도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소재로부터 인권 이슈를 끌어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미술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은 플로리스 아른트제니우스 작, <성냥팔이 소녀>였다.

나도 산업혁명에 대해 가르칠 때마다, 항상 짤막하게 동화[성냥팔이 소녀]를 이야기하며 아동 노동의 문제점을 이야기해 주곤 한다. 이때까지 항상 내가 해오던 이야기인데, 그것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으니 너무나 반가웠던 것이다.

이 책에는 실제 그 당시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었는지도 알려주고 있었으며, 특히 그 모습이 그려진 미술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더 크게 끌어내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여러 미술 작품으로부터 상상하지도 못한 대한민국의 인권 이슈를 연결시켜, 아이들로 하여금 인권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한 내용 구성이 매우 참신하고 좋았다.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혹시 다루어볼 만한 인권 소재가 없을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덧붙여, 이 책에는 주로 근대의 서양화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물론 한국화도 한 점 포함되어 있으며 유의미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역시 양과 질에 있어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장받기 위해 투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유럽 및 서양이 인권 향상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나의 사소하고 쓸데없는 노파심이겠지만)

이왕이면,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다루길 바라고. 또 더 나아가 미술뿐 아니라 조각이나 건축과 같은 다른 분야의 예술에서도 인권의 요소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여, 우리가 살아 숨쉬는 이 공간의 모든 과정에서 인권 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서려있다는 것을 깨닫게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한, 이 책에게 감사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또다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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