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그에게 사랑은 구원이자,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이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오래된 편지 한 장을 읽는 듯했다. 누군가의 격정적인 숨결이 글자마다 서려 있었다.
젊은 베르테르는 사랑 앞에서 자신을 태워버린 인물이다. 그는 사랑했고, 고통받았으며, 결국 떠나간다.
이 짧은 고백 속에 이 책의 모든 진심이 담겨 있다.
한때 이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져 밤새 책을 덮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무너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때 처음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괴테는 인간이 감정의 정점에서 어떻게 부서지는지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냈다.
베르테르의 편지들은 시처럼 아름답고, 동시에 비극처럼 날카롭다.
사랑의 열병에 휩싸인 청년의 혼란, 행복과 절망이 교차하는 그 내면은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하다.
그가 로테를 향해 쏟아내는 문장은 시인의 언어에 가깝다. 그녀의 손끝이 내 삶의 전부였다는 듯, 감정의 끝을 향해 내달린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순수함의 비극에 있다. 베르테르는 아무 계산 없이, 사랑 그 자체로 존재하려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 순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의 규범과 현실 사이에서 점점 고립되고, 결국 자신을 향한 총구를 겨눈다.
그 순간조차도 그는 아름답다. 사랑이 죄가 되고, 순정이 광기로 변하는 아이러니를 괴테는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포착했다.
편지체 형식으로 구성된 문장은 놀랍도록 생생하다. 독자가 아니라 친구에게 털어놓듯, 베르테르는 매일의 감정과 고뇌를 고백한다.
그래서 그의 슬픔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마치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처럼 밀려온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가 로테를 바라보던 시선이 떠오르고, 손끝으로 닿을 듯한 절망이 가슴에 남는다.

이번 랭브릿지 번역판은 글자 크기와 행간이 편안하고, 문장의 리듬이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내지의 일러스트가 인상 깊다. 검은 잉크로 그려진 듯한 그림들은 베르테르의 심리를 시각화한다.
권총을 손에 쥔 청년, 사과나무 아래의 로테, 마지막 편지를 쓰는 장면까지… 그림은 사진보다 생생했고, 글의 정서를 한층 깊게 끌어올렸다.
읽다 보면 이 작품이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기록임을 느끼게 된다.
괴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욕망, 고통, 구원을 탐구했다.
베르테르의 죽음은 절망이 아니라 해방이었다. 그가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이유는 감정의 진실을 끝까지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감정의 교본이다. 문학적 표현의 밀도는 놀라울 만큼 높고, 시적 문장은 지금 읽어도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
"나는 사랑했고, 고통받았으며, 나는 떠나간다"라는 그의 짧은 고백속에 이 책의 핵심이 다 들어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단 한 번의 사랑으로 세상을 다 품으려 했던 청춘의 이야기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진다.
사랑의 절망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순결했고, 그 순결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마지막 빛이었다. 그 빛이 꺼지는 순간, 우리는 그와 함께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삶을 사유하고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조용히 건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