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 한 권이 이토록 따뜻할 수 있을까. 『서점을 그리다』를 펼치는 순간, 종이 위에 그려진 색과 빛이 온기처럼 번져왔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서점을 그려낸 장면들은 어쩐지 오래된 꿈의 한 장면 같았다.
언젠가 나도 저런 서점에서 하루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들의 붓끝에서 피어난 서점은 현실 속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속에 존재하는 안식처다.
이 책은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사랑한 동네 서점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각자의 추억과 감성이 얽힌 공간들이 글과 그림으로 살아난다.
<송문당>의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책방 무사>의 붉은 벽돌과 노란 조명, <단비책방>의 장미 아치와 따뜻한 불빛, <커피 그리고 책>의 나무 향이 섞인 공기, 그리고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의 낯선 나라 냄새까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시간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순히 그림 모음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서점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그래서 그림만큼이나 글이 아름답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의 서점을 추억하고, 어떤 이는 창작의 열망을 다시 불러일으킨 공간을 이야기한다. 붓으로 그린 서점 위에 따뜻한 문장이 내려앉으니, 한 장면 한 장면이 추억처럼 읽힌다.
그림과 글이 서로를 비추는 구조다. 그래서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책 속 서점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다. 송문당은 유년의 기억을 품은 시간의 서점이고, 책방 무사는 이름처럼 아무 일 없는 평화를 선물한다.
단비책방은 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따뜻한 온실 같고, 커피 그리고 책은 삶의 쉼표를 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에서는 책과 함께 여행하는 마음을 배운다. 그곳의 벽에 걸린 가방과 그림, 향이 가득한 공기마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서점이란 결국 사람의 온도로 완성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떤 서점은 조용한 숨소리로, 또 어떤 서점은 음악처럼 들려오는 대화로 공간을 채운다. 모두가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서점을 그리다』의 가장 큰 매력은 그림이 말을 건넨다는 점이다. 페이지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이 담겨 있지만 이상하게도 전체는 한 편의 따뜻한 동화처럼 이어진다.
서점의 고양이가 유유히 걸어 다니고, 창가에는 노랗게 빛이 번진다. 그 안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한 권의 책이 작은 마을이 된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속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묘하게 향기가 느껴진다. 잉크 냄새, 종이 냄새, 커피 냄새, 오래된 책 냄새가 섞인 향. 그리고 그 향기 속에는 작가들의 마음이 있다.
한 장의 그림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색연필의 흔적 하나, 조명 아래 반짝이는 유리창의 빛 하나에도 작가들의 서정이 녹아 있다.
'서점을 그리다'는 결국 '사람을 그리다'라는 말과도 닿는다. 책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잇는 이들이 만들어낸 따뜻한 기록이다.
읽고 나면 당장 근처의 독립서점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페이지를 닫자마자 지도를 열고, 표시해 둔 주소를 하나씩 찾아본다. 현실 속에서도 이 그림 같은 공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설렌다. 그림 속 불빛이 현실의 창문 너머에서도 반짝이고 있으리라 믿게 된다.

『서점을 그리다』는 단지 서점의 풍경을 담은 책일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을 사고 읽는다는 행위 너머, 한 공간에 담긴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