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기묘하면서도 감각적인 소설이다. 시체 등장부터 강렬하게 시작하는 추리소설, 청춘소설의 풋풋함, SF의 상상력, 판타지의 몽환, 연애소설의 감정선까지… 전혀 다른 색을 띤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각자의 세계를 완성하다가 마지막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로 맞물리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 장면에서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다섯 갈래의 강이 모여 하나의 강줄기를 이루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겉보기엔 아무 접점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물밑에서 얽히고 흐르며 거대한 수렴점으로 향한다. 내가 이 책에 몰입하게 된 건 바로 그 흐름의 지점이었다. 눈앞에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짜 맞춰지는 듯한 짜릿함. 무릎을 치는 순간이 온다.
책의 구성은 다섯 편의 짧은 영화로 이뤄진 옴니버스처럼 보인다. 첫 장에서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탐정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두 번째 장을 넘기면 전혀 다른 등장인물과 다른 분위기,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스토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읽을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건 분명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피어오른다. 작가 모리 바지루는 바로 그 긴장감의 끈을 교묘하게 당겼다 놓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줄 위를 걷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끌고간다.
이 작품은 제30회 마츠모토 세이초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모리 바지루의 첫 장편이다. 신인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탄탄하고, 동시에 신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파격과 실험이 담겨 있다.
작가의 시도는 신인답지 않게 대담하다. 마츠모토 세이초상의 명성에 기대어 출간된 데뷔작이라면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신인만이 시도할 수 있는 복합장르 실험, 그리고 신인답지 않게 정교한 이야기 구성.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던 이야기들이 마지막에서 만나 하나의 진실을 향해 달려갈 때, 한 권의 소설이 줄 수 있는 감각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중심에는 당신이라는 존재가 있다. 이야기를 연결짓는 것은 탐정도, 피해자도, 범인도 아니다. 결국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관찰자이자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당신'이다.
모든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아는 건 오직 당신뿐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오직 당신만이 모든 진실을 꿰뚫게 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왜 하필 당신인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선언은 누구에게 던지는 것인가.
일본 소설 《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평면적인 서사를 거부한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점을 한데 모아 하나의 별자리를 그려낸다.
멀리서 보면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모든 장을 지나온 후 뒤돌아보면 그것이 하나의 커다란 궤도 안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자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이야기의 완성.
추리하고 의심하고, 예상하고 무너지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진실 앞에 섰을 때의 그 정적.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