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철학의 기본이라고 해서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인간, 지식, 자연, 도덕, 행복, 종교 등 테마별로 철학의 주요 개념과 흐름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막상 펼쳐보면 생각보다 깊고 밀도 있는 사유가 담겨 있다.
얕게 스치는 교양서가 아니라,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을 따라가며 그 질문의 배경과 시대적 의미를 함께 짚어주는 구성이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무엇보다도 각 장이 독립적으로 읽히기 때문에 어느 부분부터 시작해도 부담이 없고, 핵심만 간결하게 짚어주어 철학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사유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깊이 있는 사고를 유도하는, 균형 잡힌 교양철학서다.

이 책의 저자는 오카모토 유이치로.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전문분야는 서양 근현대 철학이지만 관심의 폭이 넓어서 철학과 기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어도 철학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한 번에 하나씩 총 100가지 항목을 담아내어 철학의 핵심 테마를 빠짐없이 다루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철학의 역사는 2500년을 넘었지만, 그 방대한 지혜의 바다 속에서 핵심만을 간추려내고자 노력했습니다. (8쪽)

『철학의 기본』은 제목만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깊이 있고도 정제된 방식으로 짚어내는 책이다.
인간, 지식, 자연, 도덕, 행복, 종교 등 삶을 둘러싼 거대한 주제들을 열 가지 테마로 나눠 서술한 구성 덕분에, 각 개념이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서 등장했고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 철학의 기본기를 다시 단단히 다지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느낀 점은 간추림의 기술이다. 철학은 대개 두꺼운 텍스트와 긴 문장, 추상적인 개념으로 유명하지만, 이 책은 그 미로 같은 사유의 흐름을 꼭 필요한 부분만 뽑아내어 이해하기 쉽도록 핵심적인 문장으로 응축한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사회'라는 장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는지가 아니라, 왜 그것을 욕망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는 것'이라는 설명은 마치 내 일상과도 직결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심리, 소셜미디어에서의 비교, 혹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사실은 모방의 연쇄 안에 있다는 점에서, 철학은 더 이상 관념이 아니라 감각의 언어처럼 다가왔다.
이 책은 철학이 먼 지식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질문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각 장의 끝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자연스럽게 되묻게 된다.
읽고 나면, 철학은 특정 학문이 아니라 삶의 해석법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서술적 과잉 없이, 핵심을 간추린 문장으로 사유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의 입문서라기보다는, 생각을 정돈하는 훈련서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도, 철학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에게도 모두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줄 철학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