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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
  • 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봉현
  • 18,900원 (10%1,050)
  • 2025-04-10
  • : 2,0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의 그림을 바라보면 여행지 풍경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손끝에 닿지 않은 골목과 계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광장이 낯익은 감정으로 스며든다.

『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는 제목을 보면,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며 '그럼에도' 아주 예쁘게 웃었던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작가 봉현이 마음 한편의 우울함을 부끄러워하며 조용히 길을 나선 기록이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했던 슬픔, 스스로도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들을 품고 떠났지만, 길 위에서 그 마음들을 천천히 풀어낸다.

책 속에는 여행지에서의 작고도 특별한 에피소드들이 그림과 글로 나란히 놓여 있다. 그래서 이 여행은 더는 혼자의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작가 봉현은 오랜 시간 여행자로 살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도시의 오후 햇살이 그대로 머물고, 어딘가에 앉아 있는 이방인의 마음이 곁에 닿는다.

파리, 산티아고, 인도, 네팔… 발자국이 찍힌 곳곳마다 이야기가 남고, 그림이 덧붙는다. 이 책에서 그림은 여행지의 풍경이면서도 감정의 궤적이다.



여행은 이 책 안에서 일상과 다르지 않다. 어떤 장면은 골목의 작은 테이블 위에서 시작되고, 어떤 문장은 길 위에 흩어진 생각에서 태어난다.

'하얗고 바랜 벽 위에 그림을 그려 나를 남겨두었다'는 짧은 글귀는 그림자처럼 길게 따라붙는다. 떠나온 시간들이 그저 스쳐가는 기억이 아니라, 마음속에 닿아 있는 하나의 고백처럼 남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쩐지 위로받는다. 특별한 말을 건네지 않지만, 누군가의 시선이 조용히 곁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누군가는 외로움에서 이 책을 펼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기 위해 책장을 넘길 수도 있다. 그 마음을 미리 아는 듯이,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각자의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여백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여행 중 마주친 사람들 또한 이 책의 중요한 풍경이다. 특별한 사연 없이 스쳐간 얼굴들부터, 잠시 말을 나눈 이방인까지, 작가는 그들을 그저 지나치지 않는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시선이 머무르고, 그 속에서 오래도록 곱씹을만한 온기를 발견한다.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친절은 생각보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 때로는 이름보다 마음이 오래 남고, 말보다 표정이 기억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또한 이 책은 다짐이 담긴 기록이기도 하다. 하루하루를 그저 보내지 않기 위해, 의미 없이 소비되지 않도록 붙잡아두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는 작가의 고백은 마음에 남는다.

'그림으로 남긴다는 건 사랑을 오래 기억하겠다는 뜻'이라는 말처럼, 그는 자신이 느낀 순간들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낙서처럼 보이지만 정성 가득한 그림과, 툭 내뱉은 듯 보이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문장들이 이 책을 더 깊게 만든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여행지의 낯선 풍경보다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는 점이다. 외국의 시장에서, 순례길에서, 혹은 어딘가의 작은 방에서 만난 장면들이 오히려 내 안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머물렀던 시간보다 스쳐간 마음들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 순간이 인상 깊다. 떠남은 헤어짐이 아니라 다른 장면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 책은 그런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멈춰 있던 감정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마음속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는 낯선 곳에서 마주한 감정들, 익숙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온기를 차분하게 담아낸 책이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오래 머문다. 무언가를 꼭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저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조용한 공간. 그 안에서 예쁘게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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