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거북의 시간』을 펼치는 순간, 나는 오히려 시간의 속도에 휘말렸다. 거북처럼 느린 존재를 따라가는데도, 장면 하나하나가 빠르게 몰입하게 만든다. 플로리다 해안의 햇살 아래, 등껍질처럼 일몰을 이고 걷는 거북의 모습, 구조되어 새 생명을 얻는 감동의 순간,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천천히 재생하는 듯하지만, 그 안의 감정은 너무도 생생하게 밀려온다. 사이 몽고메리는 거북이라는 오래된 생명체를 통해 우리에게 시간을 묻는다. 빠르게 살수록 유능하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그는 거북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말한다. 느림 속에 깃든 깊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지낸 우주의 리듬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사이 몽고메리. 세계적인 동물 생태학자이자 자연 탐험가이다. 작가로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을 글 속에 녹여냈다.
이 책 『거북의 시간』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거북이라는 생명체와 인간 사이의 교감을 포착한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되, 그 서술은 언제나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거북을 구조하는 일이 단순한 보호 활동을 넘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의 태도까지 바꿔놓는지를 이 책은 들려준다. 사이 몽고메리는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구조현장의 생생한 기록이자, 인간과 자연 사이의 섬세한 접점을 담은 고백이다. 몽고메리는 바다거북을 구하는 일을 통해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해안가를 떠돌다 구조된 거북의 등껍질에는 수많은 생채기와 멍이 새겨져 있다. 그 생명체를 품에 안고 체온을 나누는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 어딘가도 함께 봉합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거북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작가는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글의 결은 전혀 딱딱하지 않다. 거북의 생태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인간의 삶과 연결해서 풀어내며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바다를 오가는 거북의 움직임, 부리를 닮은 입매, 천천히 움직이는 발끝까지도 사람의 표정처럼 섬세하게 읽어낸다. 거북과 눈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그 고요한 시선에 스며든 시간의 층위가 오롯이 전해진다.
일단 이 책을 펼치면 아주 많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책 안에는 멋진 거북과 멋진 사람, 멋진 대화, 별처럼 빛나는 순수한 시간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느리고 차분한 거북의 시간에서 배울 것이 많다. 거북의 사전에 자연사는 없고 포기도 없다. 거북이 포기하지 않으니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거북을 구하는 희망과 함께 다른 많은 희망도 가슴속에서 뜨겁게 솟구칠 것이다.
_정혜윤 (『삶의 발명』 저자)
『거북의 시간』은 느림이 가진 힘을 말한다. 서두르지 않고, 서성이지 않고, 그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거북은 말이 없지만, 그 등껍질에는 수백만 년의 진화가 새겨져 있다. 사이 몽고메리는 그 역사 앞에서 경청하는 법을 건네준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느림의 묘미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빨리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한 호흡 더 깊게 들이마시고 싶은 마음이 든다.
거북의 걸음은 느리지만, 그 걸음마다 흔들림 없이 단단하다. 이 책은 그런 삶의 걸음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