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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
비정근
카일라스  2025/01/26 20:41
  • 비정근
  • 히가시노 게이고
  • 14,400원 (10%800)
  • 2024-12-24
  • : 9,08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본 순간, 자연스럽게 이 책에 손이 갔다.

『비정근』이라는 제목이 주는 낯선 느낌과 묘한 매력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첫 장을 펼치며 접한 설정은 예상 밖이었다.

비정규직 교사가 주인공이라니, 참신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간결하고 치밀한 문체는 이야기를 빠르게 몰입하게 했고, 사건은 예상보다 더 복잡한 여운을 남기며 전개되었다.

『비정근』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으로, 총 6개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스물다섯 살의 미스터리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은 원고 집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로 일하게 된다.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나 애정은 없고, 석 달 동안 무사히 끝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그가 파견되는 학교마다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이어지며, 이야기는 긴장감을 더해 간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교내에서 여교사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이후 독극물 테러, 학생의 자살 시도 등,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조명한다.

특히 학교라는 폐쇄적인 환경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적 갈등이 얽히며 이야기는 한층 더 복잡하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주인공은 냉소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사건을 바라보며, 외부인의 시선으로 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문제를 파헤친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진실에 다가선다.

그의 냉정한 태도와 달리 사건이 풀릴 때마다 드러나는 진실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답게 『비정근』은 이후 그의 대표작에서 보여지는 깊은 주제 의식보다는 생생한 에너지와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사건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은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각 에피소드에 담긴 반전과 복선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의 매력은 추리소설의 재미를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각 에피소드 속 사건들은 당시 일본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며, 지금 읽어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비정규직 교사라는 설정은 주인공의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작점에서 그의 작가적 역량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근』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문학적 출발점을, 기존 팬들에게는 그의 성장을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

각각의 이야기가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한 편씩 음미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세계를 탐험하며 그의 치밀한 문체와 독창적인 설정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다면, 『비정근』은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사건과 인간, 그리고 사회라는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이 여기에 담겨 있다.

이는 추리를 넘어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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