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회계나 재무 뭐 그런 느낌인데, 저자인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회계학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경영 분석서이다. 그런데, 숫자만을 나열한 지루한 책이 아니라 재무나 회계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졌다. 사례들도 우리가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부터 한 두 번 쯤은 들어 봄직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를 테면,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장난감 회사 마텔과 만두를 만드는 취영루의 제품 안정성과 관련된 공시와 대응책,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 두산인프라코의의 주가 급등락 원인, 금호아시아나의 풋옵션 사례,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헐값 매각 논란과 이면의 이야기, 공중파와 케이블 TV의 평과와 보상, 스톡 옵션이 널리 쓰이고 또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춘 이유, 금융 기관의 외형 경쟁과 성과 지표 변경, 동아건설의 보물선 이야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의 신빙성 등등 읽을 수록 기억도 새롭고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스톡옵션이나 회계 처리에 따른 손익 증감 요인, 기업 인수 합병 가격의 적정성과 EVA, EBITDA, MBS, ABS, CDO 등의 용어의 해설을 넘어 사례와 의미들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어,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 및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EV(Enterpirse Value)를 EBITDA로 나눈 비율이 크면 기업 인수 비용이 과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내가 독후감을 썼던 불황의 경제학이라는 책은 거시경제 및 통사적 관점에서 서브프라임 위기를 분석한 반면 이 책에서는 보다 이해하기 쉽게 당시 상황과 금융 구조 등을 분석한다. 미국 주택 시장의 추이, 은행과 투자은행의 모기지 론 판매, 파생 상품의 개발과 복잡화, AIG 등 보험사로의 리스크 이전 그리고 버블과 붕괴에 따른 침체, 그 와중에서도 정부로부터의 지원금으로 수백만불에서 수천만불을 받은 투자은행 임원진들의 모럴 헤저드와 정부의 우왕좌왕 등을 아주 쉽게 설명해 준다.
미국의 5대 투자 은행들(순위대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이 모두 사라지고도 금융위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는데, 말미에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을 모든 이들의 탐욕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저금리 정책과 월 스트리트의 단기 성과주의가 낳은 사태...
개인적인 재테크 관점이나, 투자 검토를 많이 해야하는 우리 회사의 관점으로도 시사점이 되는 표현을 인용한다. 이 달에 독후감을 쓴 일본전산 이야기라는 책에도 인용되고 있는 피터 드러커의 유명한 문구는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이고, 저자인 최종학 교수의 관점도 유사하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상품이나 기업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