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버뷰는 리얼 스파이 소설의 독보적 작가인 존 르 카레의 유작이다. 작가가 마무리짓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의 아들 닉 콘웰이 마무리하여 출간했다. 존 르 카레의 본명은 데이브 존 무어 콘웰이다.
소설의 제목인 실버뷰는 런던 동쪽 지방인 이스트앵글리아의 조그만 마을에
있는 저택의 이름으로 평생을 영국 첩보원으로 살아온 연로한 에드워드와 데버라 에이번 부부가 살고 있다. 은퇴한
스파이의 집이지만 각종 장비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는데, 데버라의 사후에 철거되는
장면이 나온다.
폴란드 출신의 에드워드(어떤
이들은 에드바르로 발음한다. 그의 암호명은 플로리안이다)는
검증된 현장 에이전트였으며 역시 뛰어난 현장 지휘관이었던 데버라와 함께 충성스런 스파이 이력을 자랑하지만, 정보국의
의심을 사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단 하나의 의심스런 행동에 대해 파헤치는 구조로 진행된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줄리언 론즐리는 런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서점을 차려 정착하는데, 선친의 친구인 에드워드가 접근한다. 서점 운영에 대한 조언과 공동
문화사업을 제안하면서 둘은 친구 같은 관계를 맺게 되고, 그의 딸 릴리와도 가까운 사이가 되어간다. 그러던 중 에드워드는 론즐리에게 밀봉한 편지를 런던의 친구(스파이
동료인지 배신자인지 내연녀인지 불명확한)에게 전달해줄 것을 부탁한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론즐리는 런던을 다녀오고 메시지까지 전달한다. 하지만
뭔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듯한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는 없다. 별로 먼 곳도 아니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는
건강한 신사가 왜 직접 다녀오지 않은걸까?
죽을 때까지 충성스런 스파이였던 데버러가 사망한 뒤 정보국이 움직인다. 정보국 간부 스튜어트 프록터는 이적 행위에 대한 심증과 증거를 가지고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를 만나러 가는데…
이 소설은 그리 길지 않지만 존 르 카레 특유의 특징이 잘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움직임을 포착해 그 동기와 알리바이를 밝혀 내고 이중 스파이를 색출하는 방식, 총성 하나 없고 화려한 액션이나 킬러가 등장하지 않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짜릿한 서스펜스를 준다.
아쉽게 느끼는 점도 있다. 론즐리를
매개로 하여 주고 받은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고 정보국의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 더 밝혀졌으면 하는 것이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에드워드의 과거 행적과 현재 행위의 동기에 대한 좀 더 디테일하고 자세한 설명이다. 그랬더라면 더욱 흥미가 배가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실례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클라스는 영원하다.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