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크에게.
안녕? 타이크.
어젯밤에 너의 용감무쌍한 이야기를 읽고 무지 즐거웠단다.
특히 졸업식때까지 시커먼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네 마음이 그래서 의기양양하게 온 힘을 다해 종을 치는 네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나는 누구냐 하면, 너랑 똑같은 아이들과 매일 매일 살아야 하는 쏘머즈선생님이 되었다가 윌리엄 머천트선생님도 되었다가 대장선생님이 되기도 하는 그래 벌써 눈치를 챘군, 난 3월 1일부터 3학년 2반 담임을 맡게 될 최은경이라고 해.
책 속에 나온 너랑 네 친구들은 초등학교 졸업반이더라. 우리 나라로 치면 6학년인 셈이지.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6학년 아이들 정말 무서워.
내가 담임한 아이들말고 길 가다가 시커멓게 모여있는 6학년 아이들보면 웬지 피하고 싶다니까.
글고 우리 학교에서도 6학년 담임은 거의 피하는 쪽이 많단다. 하지만 6학년 담임을 해 보면 아이들과 같이 어깨동무도 하고 고민도 같이 나누고 또 마음맞는 아이들과 세상사를 나눌 수도 있단다.
타이크.
대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뭐 너의 행동을 보면 대니는 대니지 별 다른 애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부러운 건 그런 대니를 위해 너의 별스러운 관심과 끝까지 친구이길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감탄했단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 중에 교사인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 그 일을 위해 나서는 아이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니까. 그래서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나 봐.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말이야. 88면부터 이어지는 수업이야긴데 네가 그럭저럭 학교가 재미있다고 했던 말 기억나니?
철사 줄처럼 뻣뻣한 곱슬머리인 우리 선생님은 활활 타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했다. 역사 이야기를 할 때 우리 선생님처럼 근사한 사람도 없다. 마틴 니쇼는 우리가 직접 만든 칼들과 헬멧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맨 앞에는 선생님, 맨 뒤에는 교생 선생님을 두고 우리 반은 둘씩 짝지어 걸어가면서 그 가방도 가져갔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우리 도시와 도시의 역사를 보여 주었다.(88면)
선생님과 함께 하는 이런 수업, 그럭저럭 재미난 수업이라고 하지만 네가 이렇게 이야길 하는 걸 보면 아마 다른 아이들(공부에 관심있는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을 거라고 봐.
나도 이런 수업을 한 적이 있어. 학교를 떠나 우리 동네와 뒷산까지 가면서 동네 하천의 오염도를 조사하고 직접 사진을 찍고 수질 오염에 관한 상태를 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 마을 할아버지께 오봉산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지. 또 부모님이 주시는 달콤한 홍시도 나누어먹고 말이야.
나도 너네 선생님처럼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어. 가끔 그런 수업을 하고나면 정말 행복하지.
그런데 타이크, 너의 비밀이 뭔지 마지막에 알게 됐단다.
나도 그 한 마디에 깜작 놀랐어.
너랑 대니, 칼 싸움 할 때 니쇼랑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가끔 네 엄마가 너에게 심부름 시킬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타이크, 이제 어때? 중학생이 되어서도 잘 지내니?
사실 나에게도 6학년이 되는 딸이 있는데 무지 무지 상상력이 풍부하고 좀 잘난체 해서 골치가 아프지만 착한 아이란다. 그런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어떨까? 얼마나 힘들까?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해.
하지만 타이크 너처럼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해. 대니의 말을 알아듣고 대니 편에 서서 속이 울렁거릴만큼 힘들지만 교장선생님 앞에서 "거짓말이 아니라고, 대니는 훔치지 않았다."고 끝까지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처럼 자랐으면 좋겠어.
마지막 윌리엄 머천트선생님의 후기도 재미있더라.
네가 그랬다며 중간중간 농담들은 네가 끼워 넣자고 해서 넣었다고 도 농담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우겼다며, 글고 너 아직도 그 길가에 떨어진 바위를 타고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는 책을 덮으며 계속 웃었단다.
대니랑 선생님이랑 너랑 셋이서 웃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거든.
타이크, 너를 알게 되서 참 기뻐.
나중에 우리 반 아이들한테 네 이야기 읽어줄거야. 그럼 더 많은 타이크들이 나타나겠지.
윽~ 그럼 안 되는데.... 우리 반 상상만해도 난리 법썩일거야.
타이크 빨리 나아라. 그럼 이만 줄인다.
2008. 02. 26.
은경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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