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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밌지?
  • 시를 위한 패턴 연습
  • 이안
  • 12,600원 (10%700)
  • 2025-07-15
  • : 4,164


[시를 위한 패턴 연습]을 읽을 때 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매번 바뀐다.

이번에는 <돌멩이와 나비>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봄날엔 누구나 마음이 두근두근할 때가 있다.

시 <돌멩이와 나비> 속에 등장하는 돌멩이도 봄을 타는 모양이다. 자기 주변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뽀얀 해쑥이 올라오는 것과 그 곁에 하얗게 핀 “냉이꽃”, 노란 “꽃다지꽃”을 어리게 본다. 뽀얗고 하얀 그리고 연노랑은 햇살에 비친 돌멩이의 색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런데 이 돌멩이는 “주머니에서 뭐라도 하나 꺼내/ 머리에 올려놓고 싶”다고 한다. 돌멩이가 올려놓고 싶은 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나비’다. 한 곳에 가만히 놓여있는 돌멩이가 여기저기 떠도는 나비를 어떻게 올려놓을 수 있을까.

꿀을 모아야 하고 천적을 피해야 하는 나비의 일상은 고달프다. 돌멩이는 그런 나비의 입장을 가만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친 나비에게 전할/따뜻한 말을 연습”한다. 따뜻한 말은 그저 “잠시 앉았다 가세요!”가 아니다.

“나비님”께 맛있는 밥은 줄 수 없으니 자기(돌멩이) 주변에 있는 “냉이꽃 하얀 식당” “꽃다지꽃 노란 식당에서” 드시라고 한다. 배를 불린 후 “쉴 때는 부디 의자로 써” 달라는 간청이다. 반들반들 따뜻하게 햇살을 받은 돌멩이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나비가 그려진다. 물끄러미 봄볕을 쬐며 가만히 함께 봄을 즐기고 싶다는 꿈이다.

이안의 동시엔 돌멩이가 많이 등장한다. 오리처럼 날아오르는 돌멩이도 있었고 탑을 쌓는 돌멩이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시의 돌멩이는 조금 더 깊고 그윽한 시선이 담겨있다. 제 몸을 따뜻하게 데워 지친 나비의 몸에 온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 돌멩이의 따뜻한 말은 어떤 대답을 들었을까. 바로 뒤에 나오는 시 〈나비와 돌멩이〉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돌멩이의 말을 들은 나비는 이렇게 답한다. “돌멩이꽃,/언제나 꼿꼿하게 앉아/찾아오는 이에게 줄/말을 궁리하는 마음”이라고. 이 세상 돌멩이를 볼 때면 이 시가 생각날 것이다.


추신 : 나는 돌멩이의 마음을 닮고 싶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아무도 없는 조금 컴컴한 복도를 걸어 스위치를 켠다. 복도가 환해지면 내 마음도 환하다. 교실에 들어가 보일러를 틀고 아이들이 오기 전에 교실을 알맞게 데운다. 그리고 교실 앞쪽에 있는 연필들을 모아 쓰기 좋게 깎아 둔다. 함께 읽을 시를 칠판에 쓰고 시 수첩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둔다. ‘얘들아, 아침밥은 집에서 맛있게 먹고 와! 함께 시를 읽으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자.’ 따듯하고 다정한 돌멩이의 말을 연습한다.


바위 열고 시 쓰고 바위 닫고

세상엔
바위 열고 시 쓰고 바위 닫고
그렇게밖에 쓸 수 없는
시가 있는 것 같아. <시인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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