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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해서 하루종일 누워 있으면서 읽었다. 하루만에 책 한 권을 읽는 것도 근래 들어서는 드문 일이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 정도는 되야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시험 기간 지나고 매주 글을 두 편씩 찍어내면서 허해져 있는 두뇌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 세 명의 저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열정 노동이 변화시킨 한국 자본주의의 생태계를 포착한다. "니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는 말을 듣는 비참한 예술영역의 노동자들. 그러나 열정의 논리는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도 "기업에 입사하고 싶으면 남다른 열정을 보여줘 봐라!"는 윽박지름으로 번진다. 창업을 청년 실업의 대책으로 삼고 있는 국가 정책 속에서는 자영업조차도 열정의 논리에 포섭되어 있다. 대한민국 노동의 1/3 씩을 차지 하는 정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들 모두 "열정을 보여줘!"라는 요구 앞에 자신을 극단까지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 하나. 내가 나불나불 1호로 쓴 오타쿠의 정치적 소비에 대한 구절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오타쿠들이 이런 식의 '정치적 소비'의 선구자가 되었다. 고속 인터넷 망이 깔려 불법 복제와 다운로드가 일반화되었을 때에도 꿋꿋이 CD를 사고 만화책을 사 모았던 것은 바로 오타쿠들이었다. 이들은 "다운로드를 받지 왜 바보처럼 정품을 사니?"라는 주변 사람들의 핀잔 속에서도 자신들의 소비 행태를 고수해 왔다. 처음에는 소유욕으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품을 계속 구매해야 창작자들이 계속 창작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정치적 소비의 결과, 오타쿠들은 한국 사회에서 '지적 재산권' 문제에 대해 가장 민감한 집단이 되어 버렸다." (226~227) 20대가 만드는 문화 잡지 <나불나불>에 내가 쓴 글. http://www.nabulnabul.com/entry/01-%ED%99%A9%EB%8C%80%ED%9B%88_-%EC%96%B4%EB%96%A4-%EC%9E%89%EC%97%AC%EC%A0%81-%EC%A1%B4%EC%9E%AC%EB%93%A4%EC%9D%98-%EB%AA%A8%ED%98%B8%ED%95%9C-%EC%9D%B4%EB%A6%84%EC%97%90-%EB%8C%80%ED%95%9C-%EA%B3%A0%EC%B0%B0?category=1 한국의 현 상황은 유럽 좌파의 관점을 고지식하게 적용해서 설명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파들의 무책임한 시장논리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한국의 상황은 세계 그 어디에도 있었던 적이 없는, '선진국의 미래'와도 같은 상황일지도. 20대 저자들이 포착해낸 사회 문제의식은 어쩌면 내가 그동안 부던히 느껴왔던 이론과 현실의 괴리, 혹은 진보적 이념과 내 현실의 부조화와 비슷한 맥락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동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진보 정당도 사회적 기업도 소비자 운동도 딱히 분명한 대안은 아니고. 열정을 불태우며 죽어가거나 열정도 없어서 시들어 가거나...저자들은 상황에 대한 괜찮은 행동 원칙도 하나 제시하지 못한다. 그저 상황을 분명히 적서할 따름이다. 그 어떤 선동도 없다. 그 어떤 희망도 없다. 그 어떤 제안도 없다. 그저 우리는 반복할 따름이라고, 그저 그 반복이 관성적인 되풀이가 아닌 문제점을 인지하고 끌어안는 반복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죽을 때까지 비관하고 낙관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리지 않은 삶을 부여 받은 내가 해야 할 것은 약간은 무뎌진 상태에서 이 모든 상황을 차곡차곡 내 안에 정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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