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
집을 사거나 할 계획도 없고 독립하고도 거의 기숙사에서 살듯이 필요한 것만 놓고 살기에 그다지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다. 친구가 권해서 그저 가벼운 호기심으로 빌려 읽었다. 그런데 아, 정말 잘 읽었다.
이 책을 읽을 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같이 읽었는데, 어딘가 통하는 지점이 있었다. 물론 나에게 그랬다는 말이다.
행복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욕구를 적당히 만족시키면 더 이상은 원하지 않게 되나,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것들은 버리는 결단도 필요하지 않을까, 어느새 뺄 것들이 가득한 스케줄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작은 기쁨이나 허영에 밀려 소중한 것들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매달 파탄나는 통장을 들여다보며, 나의 소비욕구는 과연 나의 자유의지인가 아니면 조종 당하고 있는 걸까하는 고민도 하고 있었다. (같은 친구가 권해준 <심리정치>의 앞 부분도 잠깐 읽었는데 그 영향도 있다.)
책을 만나는 것도 사람과의 만남처럼 인연이고, 시기가 맞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뺄셈의 철학, 여유로운 삶, 진정한 마음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 깊숙하게, 그렇지만 무겁지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제 곧, 마음의 자유를 찾아보려고 한 발짝을 뗄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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