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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읽자



청소년문학, 이라는 소개가 붙어있는 소설이었기에 큰 긴장감 없이 펼져 들었던 작품이다. 

요즘 읽는 것들이 고전 소설이 대부분이다보니, 번역체도 아니고 청소년문학이라니 쉽게 읽히겠지,했다. 

그래서 원래는 우리 학생들에게 읽히려고 먼저 읽게 되었는데, 

읽고나니 청소년에게 한정시킬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정은 강화의 농촌에 사는 중학생이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상처와 그로 인한 부모님의 이혼 등 가정문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는 할머니와 작은아빠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작은 동네지만 왕자님 같은 짝사랑 상대도 있고 기사처럼 항상 지켜주는 소꿉친구, 

가끔 얄밉지만 그래도 제일 가까운 친한 친구도 있다. 

평범하고 주변에 흔히 있을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안에, 현대 우리 농촌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나라의 문제가 지역사회의 문제가 되고, 그게 곧 가정의 문제이며 개인의 아픔이 된다. 

그것을 거추장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잘 녹여냈다. 

하나 하나 유정의 어리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오면, 

그게 남의 동네 생판 모르는 아무개의 일 같지가 않았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작은엄마와 유정의 관계가 진전되는 이야기 장면. 낯설지만 친숙한 문화와 그곳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무데나 다문화를 붙여 더 낯설게 만들어버리는 난잡한 캠페인 문구보다 훨씬 마음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시선이 참 따뜻하다. 읽다보면 유정이가 중학생이 아니라 어른 같고 내가 아이 같다.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나도 모르게 눈시울도 붉어진다. 특별히 비뚤어지지도 않고 어른스럽지도 않고, 그냥 딱 지금 우리다. 주인공의 나이와 상관없이 공감할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몰입해서 읽었다. 유정이나 광수나 우주처럼 속깊은 아이들이 자라 내 주변에 있어주었구나 싶어 새삼 친구들 생각도 나고.
유정의 눈으로 보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동식물을 사랑하는 유정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과 들, 하늘이 정말 예쁘다.중간중간 구글을 찾아 어떻게 생긴 식물인지 찾아봐가면서 보게 되는 것도 매력이다. 자극적인 뉴스와 이야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강추! 힐링을 따로 찾아갈 것도 없다. 소설 속의 세세하고 정감있는 풍경묘사만으로도 강화의 어느 바닷가 산촌 마을에 다녀온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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