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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버들 글숲


 

물까치는 60년도 썩 넘은 내 기억 역사 속에 암암히 살아 있는 새다. 그 소리도 메나리토리처럼 귀에 각인돼 있다. 이따금 그 날렵한 자태와 파스텔 톤 물색에 눈이 가곤 하지만 보통은 출근길 숲에서나 도봉산 숲에서나 방이 습지 숲에서나 특별한 주의 없이 익숙하게 대하고 지나친다. 오늘 그 오랜 습관이 툭 끊어진다.

 

도봉산 회룡 계곡 아우라지를 나와 자주 가는 보리밥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지하철로 곧장 방이 습지를 향한다. 달력 구분으로는 오늘이 봄 마지막 날이지만 습지는 이미 여름에 이드거니 들어와 있다. 볕이 후더분해서 누리가 누글누글하다. 물에 떠 있는 논병아리도 굼뜨다. 나 또한 땀 아낄 요량으로 소심히 움직인다.

 

꾀꼬리, 되지빠귀, 박새, 쇠박새, 멧비둘기들 목소리에 귀를 열고 무심히 걷던 어느 순간, 내 주위를 따라 돌고 있는 새 기척이 다가온다. 물까치다. 걸음을 멈춘다. 그가 같은 음성으로 내 존재를 탐색한다: 크르르르~!? 곧이어, 숲 전체에 흩어져 있던 물까치들이 집결한다. 내 주위를 도는 그가 더욱 가까이 다가든다.


 

마치 공격하듯이 근접 비행해도 내가 움직이지 않자, 이동을 멈추고 한곳에 더 오래 머물며 다시 말한다: 크르르르르~!? 다음 순간 내 입에서 같고 또 다른 소리가 흘러나온다: 크르르르르~?! 열댓 번 주고받더니 풀어놓는다. 내가 서서히 움직이자 집결했던 무리도, 말을 걸었던 그도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도, 떠난다.

 

다음 일이 궁금하다. 그들이, 아니면 그만이라도 나를 기억할까? 다른 궁금증이 하나 더 있다. 매일 지나는 출근길에서 내가 “크르르르르~?!” 말하면 거기 물까치들도 대답할까? 아무래도 이거까진 무리지 싶다.^^ 뭐, 괜찮다. 새가 이리 말을 걸어왔으니, 길이 보인다. 여간해서는 생략할 수 없는 동물 나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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